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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봄 버무려 한입, 춘공증 안녕
오신채가 봄나물 특유맛 없애, 성인병 예방 효과 탁월

몸은 나른해져 가고, 피로만 쌓여가는 것 같은 봄이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음식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뭔가 허한 것 같은 느낌이 들뿐 입맛도 돌지 않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인데, 이상하게 내 몸만은 ‘봄’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움추린 몸을 활짝 펴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봄’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파릇파릇 돋아난 봄나물이다. 항상 봄 식탁 위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봄나물들은 냉이, 씀바귀, 두릅, 쑥, 원추리, 돌나물, 봄동, 취나물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담백하면서도 어딘가 쌉싸래한 듯한 봄나물은 입맛 없어지는 봄에만 느껴볼 수 있는 특식이다.

사찰음식전문가들도 봄에는 단연 봄나물을 활용한 음식을 추천음식으로 꼽았다. 봄나물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고추장, 된장 또는 참기름 등에 버무려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적문 스님은 “두릅 같은 경우, 밑동을 떼어 내고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데쳐먹으면 특별한 조리법 없이도, 나물 특유의 색감과 향을 즐길 수 있어 봄에는 안성맞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나물을 먹을 때에는 된장과 고추장으로 버무리던가, 참기름 한두 방울만 넣어서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한 양념은 나물 본연의 성질을 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재사찰음식연구소의 선재 스님은 “사람들이 사찰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맛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으면 사찰에서 먹었던 담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이는 나물을 무칠 때 파, 마늘 등 향이 강한 양념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 양념이 봄나물 특유의 성질을 없애므로 유의해야 한다고”당부했다.

봄나물은 겨우내 쌓였던 우리 몸의 노폐물을 정화시켜주고, 혈관을 맑게 해준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에는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 지면서 각종 영양소의 소모가 많아진다. 비타민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 공급의 부족은 춘곤증과 피로를 부추긴다.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봄나물은 기본적으로 비타민, 칼슘, 철분,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특히 쌉싸래한 맛을 지닌 봄나물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성인병을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피부 미용, 신진대사 촉진, 노화 방지 등의 효과가 탁월하다.

선재 스님은 이런 봄나물 중에서 머위를 추천했다. 머위는 봄이 되면 스님들이 빠뜨리지 않고 먹는 나물 중 하나이다. 봄에 상좌스님이 이 나물을 챙겨주지 않으면 내쫓는다는 속어가 나올 정도로, 필수로 챙겨먹는 나물이다. 사찰에서는 머위를 많이 길러 섭취하고 있다.

머위는 싹에 따라서 먹는 방법도 다르다. 머위는 꽃이 먼저 피는데, 꽃은 삶아서 먹기도 하며, 튀김을 해서 먹기도 한다. 머위 이파리를 겉저리로 먹기도 한다.

머위의 쓴맛이 강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삶아서 두부와 된장, 고추장, 통깨, 참기름으로 양념해 같이 먹으면 두부의 단맛과 머위의 쓴맛이 적절히 섞여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봄나물들이 무조건 데쳐서 먹기만 하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선재 스님은 “원추리에는 설사하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 주의해서 먹어야 될 나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여린 원추리 같은 경우는 덜하지만, 어느 정도 자란 원추리는 데친 후, 찬물에 30분~1시간 정도 담가놨다가 조리해서 먹어야 설사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선재 스님의 경우 봄에는 항상 나물을 응용한 밥이나, 봄나물 잡채를 해서 드신다고 한다. 특히 스님은 “냉이만두를 꼭 해서 먹는데, 생 냉이와 표고버섯, 호박, 갖은 야채와 풋고추 등을 총총 썰어 만두 속에 넉넉하게 담아 먹으면 봄에 입맛을 살리는데 탁월하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은?
사찰음식은 일반적으로 몸과 정신을 맑게 성장시켜주는 선식(禪食)을 말한다. <열반경>등 대승경전에서는 어렵게 사람 몸을 받아 태어난 도리로써,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을 생각하고 육신을 잘 돌보라는 의미에서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음식의 맛은 식품 그 자체가 주는 맛이다.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 것으로, 음식은 좋은 약이 된다. 특히 사찰음식은 ‘기’의 맛을 갖는 음식으로 정적인 음식이다. 먹으면 밖으로 표출되는 힘이 아닌, 내면이 충실해지는 음식이다.(선재 스님)

사찰음식은 ‘맛있다’, ‘맛없다’를 따지지 말고, 그저 음식 고유의 특성을 음미하며 잡생각 없이 먹는 음식을 말한다.(대안 스님)
또한 온 우주와 자연에 대한 존중함을 생각하며 먹는 것이 사찰음식이다.
(적문 스님)

하찮게 여겼던 풀 한포기의 생명도 존중할 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 건강식이 아닌 수행식이다.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먹는 음식이 사찰 사찰음식이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4-12 오후 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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