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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나이에 모든 걸 털어내지 못하고, 또 다시 이런 큰일을 맡게 돼서 어깨가 무겁기만 합니다. 평생을 문화와 예술 속에서 살았는데, 남은여생도 이 같은 일에 더욱 봉사하라는 뜻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07년 출범했다. 유영구(KBO,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초대 이사장을 이어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 관장이 4월, 제2대 정식 이사장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영어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라는 뜻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국민에게 신탁한다’는 의미이다. 국민에게 신탁 받은 문화유산을 보전·관리해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사회운동을 말한다.
“이미 영국에서는 내셔널트러스운동이 1895년 시작돼,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활발히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 한국은 거의 걸음마 단계입니다. 유영구 초대 이사장은 그런 면에서 기초적인 발판을 잘 만들어 왔습니다. 이제는 제가 이런 활동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추진하겠습니다.”
김 이사장은 “우리문화재 중 80% 이상이 불교문화재이지만, 지키고 보존돼야 할 불교문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소홀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예산문제와 까다로운 심의 절차 등으로 인해 불교문화재 등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들이 넘쳐나지만, 일일이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 못된다는 지적이다.
“서울 부암동 현진건 생가도, 무자비한 개발로 허무하게 헐려버린 사례입니다.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없어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현존하는 문화유산 중 미래 후손들에게 필히 물려줘야 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재들에 대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소유의 문화유산들은 재정적 문제 등으로 인해 관리가 부실하기 쉽고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경우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기부신탁문화가 활성화 돼야 한다는 것이 김종규 이사장의 입장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첫 사업으로 전남 보성여관의 관리 복원을 진행했다. 보성여관은 일제강점기와 한국 근현대사를 간직한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건축물이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으로 등장한 이곳은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문호유산국민신탁은 현재 울릉도 이영관 가옥, 경북 안동 번남 고택 등을 추진 중에 있다.
“독일에 가면 ‘괴테하우스’를 꼭 들려보듯이, 우리나라에도 지켜져야 될 문화유산들이 너무 많습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정부차원에서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을 국민들 스스로가 지킴이 역할을 하도록 하는 곳입니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종규 이사장은 “불교계에도 전통사찰로는 지정되지 않았으나 문화·역사적 가치를 지닌 사찰이 꽤 있다”며 “대개 공찰이 아닌 사설사암이라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도움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란?
한국에서의 국민신탁운동(National Trust Movement)은 1990년대 초반에 태동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광주무등산공유화운동(1994), 오정골을지키는시민의모임(1999), 부산100만평시민공원조성운동(2001) 등 주로 자연화경 보전을 목적으로, 대부분 해당 사업별로 국민신탁운동을 전개한다.
이후 2002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문화유산 보전 활동을 본격화했으며, 2001년 (재)아름지기, 2002년 (재)예올이 창립되면서 전국적으로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국민신탁운동이 본격화 됐다. 국민신탁운동의 근본적 주체는 국민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운동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생활화돼야 한다. 기부의 질과 양을 떠나, 작은 나눔과 이의 실천들이 모여 지역의 새로운 문화운동이자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는 모티브가 돼야 한다.
내셔널트러스타가의 원조인 영국의 경우에는 이미 다른 나라들의 교과서 역할을 할 만큼 활성화 돼있는 상태다.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단일법으로 제정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신탁에 의해 문화유산을 관리·보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