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국 승가대학의 교과과정이 동국대 선학과ㆍ중앙승가대 수준으로 한글화ㆍ현대화ㆍ표준화 된다. 또, 국내ㆍ외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스님들은 등록금 전액을 종비로 지원 받을 수 있게 된다.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ㆍ조계종 총무원장)은 4월 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선(禪) 관련 교육내용 개편을 포함한 종단 승가대학 교과과정 개편(안), 장학사업 계획 등이 검토됐다.
이에 따라 전국 9개 지방 승가대학(사미 대상 13곳, 사미니 대상 6곳)의 교과목은 <치문> 등 한문 텍스트 기반의 전통강원 형식을 탈피해 학년별로 한글화된 교재를 통해 △초기ㆍ대승 불교 등의 이해 △세계불교 현황을 비롯한 불교사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어학 △불교상담 등 응용불교학 △염불의례 등 실습 △선학개론 등 선 과목을 배우게 된다.
새 교과과정은 교육원이 준비 중인 전문화ㆍ특성화된 교재 및 강사를 활용해 강의 포트폴리오에 의해 규격화돼 진행되며, 학점이수제를 통해 교육 성취도를 높이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선 과목은 이론과 수행의 불일치 해소와 현대화된 선교일치(禪敎一致) 교육 등을 위해 △1학년_선학개론, 선사상사 △2학년_선전개설, 선수행론 △3학년_선어록강독, 한국선사상사 △4학년_선과현대사회, 참선지도방법론으로 구성됐다.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치문 사집 사교 대교반으로 구성된 기존 교과과정은 조선 중후기 확정된 것으로 현대사회와 괴리된 측면이 많았다”며 “기존 한문 교과목은 승가ㆍ전문대학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지식ㆍ지혜를 함양하는 교과목으로 개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표준화된 교과목을 실시하려면 최소 수강인원의 적용 등이 불가피하다”며 “제도 시행을 통해 조정되는 승가대학은 종단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더해 전문대학원 등으로 변화를 유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승가교육진흥위원회에서는 현재 동국대 등 일부 종비 장학생을 제외하고는 장학지원을 받지 못했던 학인스님에 대한 종단차원의 장학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소수를 대상으로 일회성 지원에 그치던 장학을 종단이 지정한 연구를 진행하는 석ㆍ박사 학인스님으로 확대해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장학위원회를 설치해 이를 관리토록 했다.
법인 스님은 “이번 장학사업 계획안은 종단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장학수혜자는 수혜기간만큼 중앙종무기관, 교육기관, 사찰 소임 등에 의무 복무토록 해 장학수혜자의 종단적 기여 의무도 명확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승가교육진흥위원회의 지방 승가대학의 교과목 개편안이 4년제 종립 정규대학의 커리큘럼과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지방 승가대학에서 현대화된 교과목을 운영할 교수진 확보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일선 승가대학에서는 전통강원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저항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인 스님은 “4~6월 수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면밀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원 관계자는 “3월 30일 현재 승가교육 진흥기금은 약정 6억4500만원, 모금액 3억500만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