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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단체의 중재로 봉은사 관련 토론회가 준비 중인 가운데,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봉은사 직영법회 철회를 위한 네 번째 특별법회에서 천안함 침몰과 이에 따른 정치권 비판에 법문의 초점을 맞추고 총무원 측에 대한 공격성 발언은 멈췄다.
명진 스님은 4월 3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천안함 실종자 위로와 故 한주호 준위에 대한 조사로 법문을 시작했다.
#천안함 유가족 위로에 불자 뜻 모으자
스님은 “출가해서 자식을 둬보지는 않아 자식 잃는 애끓는 심정 온전히 알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1974년 YTL 침몰 사건으로 동생이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4일간 실종자 명단에 들어 시신을 찾을 때까지 ‘혹시라도 살아 돌아올까’하며 가슴 졸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천안함 실종자 유가족의 심정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실종사 수색을 위해 백령도를 찾은 유가족이 손이 시려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얼른 뺏다더라. 자식은 찬 물 속에 있는데 손이 시렵다며 주머니에 손 넣기도, 눈물이 마르기도 미안한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며 “불자 모두 천안함 유가족 위로에 마음을 모으자”고 말했다.
#천안함 진실 규명…정치권 반성해야
명진 스님은 “전우를 구하다 목숨을 잃은 故 한주호 준위 빈소에 찾아가 기념촬영을 한 것이 이 나라 정치인이고, 이 지역구 국회의원(공성진 의원)이다”라면서 “(그 소식을 듣고) 옆에 있었다면 귀싸대기라도 올려 부치고 싶었다. 그런 자리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님은 “이 나라는 천안함 사고 후 10일이 지나도 사고 원인조차 규명 못하면서 생존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기억이 안난다’라는 한 마디만 하라고 시키는 나라”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오해 없도록 낱낱이 진실 밝히라’고 했음에도 국방부 등이 이랬다저랬다, 오락가락 하는 것은 대통령이 군대 안다녀온 군면제자라서 말 안 듣는 것이냐”며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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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행력의 근원은 죽은 동생”
명진 스님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죽음 앞에 사람은 종교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 불교는 ‘이 고통 슬픔 괴로움을 어떻게 견뎌나갈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동생의 죽음 후 생사가 뭐고 나고 죽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물었다. 49재가 끝나고 집을 나와 국립묘지에 들러 ‘석가모니가 나를 무등 태우고 꽃비가 내려도 내가 나를 모른다면 그 자리에 가지 않을 것이요, 지옥의 펄펄 끓는 불구덩이와 칼산 지옥이라해도 내가 나를 안다면 서슴없이 가겠노’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충주 대원사에서 한 철을 지냈며 오후불식 했다. 제일 배고플 오후 5~6시면 법당에서 1000배씩 했다”면서 “힘들 때마다 ‘물에 빠져 죽은 동생의 생사의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 안됐는데 어찌 음식이 몸에 넘어가겠는가’ 하며 버텼다”고 회고했다.
명진 스님은 “지금도 내 중노릇은 동생이 대신 시켜준다고 생각한다. 살아오는 동안 마장이 있을 때 동생을 생각하며 그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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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시인하고 반성할 줄 알아야”
명진 스님은 개신교계 언론인 뉴스앤조이의 “명진 스님에게 드리는 어느 기독교인의 편지, 기독교인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글을 소개했다.
명진 스님을 한번도 만난 적 없다는 개신교인이 적은 글에는 김성광 목사의 ‘봉은사를 깨부수겠다’는 발언 등에 대한 사과가 담겨 있다. 특히 글은 명진 스님이 법회에서 “소회된 이를 위한 삶이 청년 예수의 삶이었다”라고 밝힌 것에 공감을 표시했다.
스님은 “(개신교도와 불자가 소통하는) 이런 마음을 통해 진실이 보편화되는 사회가 돼야 우리 사회가 국격 높은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진 스님은 “지난번 내가 총무원장스님과 안상수 대표 회동 사실을 말했을 때 거짓이라면 내 스스로 승적 파겠다고 했지만 내 말이 거짓 아닌 것 밝혀지지 않았냐”면서 “이번 일은 안상수 원내대표가 ‘그런 일 없다’ ‘(명진 스님을) 본 일도 없다’고 거짓말해 일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총무원도 나를 너무 만만히 봐 일이 이렇게 됐다”면서 “(안상수 의원이) ‘묵언수행한다’면서 말을 않는다던데 이러다 정말 불자가 될 것 같다. (안 의원의) 인생이 가련해 보인다. 그렇다고 정치는 더 해야겠고.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 묵언수행 잘해서 정말 정직한 사람 돼서 돌아오면 내 상좌로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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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거사 봉은사 식구로 받아들이고 싶다”
명진 스님은 “김영국 거사가 지난해 11월 총무원장스님과 안상수 의원 사이에 오고 간 말을 전할 때만 해도 ‘총무원장이 그런 말 듣고 가만있었냐’면서 웃어 넘겼다”면서 “그 후 오래지나지 않아 봉은사 직영건이 아무 설득도 없이 갑자기 결정된 것은 분명 정치권련과 연결된 문제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그 때 주변 사람들이 ‘김영국 거사 만나 증언 해주겠느냐 확답 받아라’ ‘녹취라도 받아놔라’며 조언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안한다. 수행자가 비겁하고 치사하게 남의 말 받는것 도리 아니다. 증언 부탁하는 것 또한 도리 아니다’라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김영국 거사 역시 정직하지 못했다면 나 역시 보따리 싸서 그 길로 절집 떠나겠다는 각오였으나 김영국 거사가 진실되게 기자회견까지 해 주었다. 나는 세상이 이렇게 진실을 위하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불국토이고, 사람 사는 맛 나는 아름다운 세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개인이 권력 앞에서 진실 말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용기있는 행동, 양심에 거리낌 없는 행동하는 김영국 거사 같은 사람이 정치도 하고 해야 한다. 김영국 거사를 봉은사 식구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스님은 “김영국 거사가 휼륭한 정치인 되도록 봉은사 신도들이 밀어주자”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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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겠다”
명진 스님은 “‘도가 높으면 마장도 크다(道高魔盛)’고 했다. 이번 일은 주지가 너무 잘나서 생긴 일”이라면서 “내가 무슨 봉은사를 지고 온 것도 아니고. 때가 되면 떠날 것이지만 조금도 굴하지 않고 신념을 위해 버티겠다. 한국 불교 새로운 희망의 꽃을 봉은사에서 피워야겠다는 원력이 회향되는 날까지 굴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회에서는 봉은사 관계자가 공지를 통해 “주지 스님이 어디 가시지 않으니 봉축 등을 많이 달아 달라”며 신도들을 독려해 눈길을 끌었다.
명진 스님도 “내가 어디 가는 것 아니다. 등을 많이 달라”고 말해, 봉은사 신도들이 직영사찰 전환 지정에 반발해 봉축 등 달기 거부 등 보시를 거부해 왔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