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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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은 여럿이지만 진리는 하나
제자 박영호가 풀어쓴 ‘다석 마지막 강의’
다석 류영모(1890~1981)


최근 한 목사가 불교비하 발언을 했다. 또, 한 초등학교 교사는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타종교에 배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종교 관련기사들을 최근 들어서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기사를 볼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그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예수가 정말로 그렇게 타종교인을 배척하라고 가르쳤을까? 절대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타종교에 대한 몰이해와 성경을 원문 그대로 해석하는데서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캐나다 리자이나 大)도 그의 저서 <도마복음>을 통해 “어떤 종교이든지 간에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 보다는 문자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독교, 불교, 노장사상, 양명학에서 공통분모를 찾으려 했다.

이번에 출간된 <다석 마지막 강의>도 <도마복음>처럼 타종교의 이해를 돕고 서로의 믿음을 존중하는데 도움이 될 듯싶다.
이 책은 다석 류영모(1890~1981)의 육성을 녹음한 테이프를 글로 옮기고 류영모의 직제자인 박영호가 풀이했다. 일평생 삶과 죽음을 궁구하며 진리를 좇은 대사상가가 들려주는 간결하고 명료한 진언 속에서 다석 사상의 핵심을 만날 수 있다.

책에서 류영모는 불교 경전을 비롯해 <맹자><중용><주역><구ㆍ신약 성경>을 두루 아우르며 ‘가르침은 여럿이지만 진리는 하나’임을 보여주는 일원다교(一元多敎)의 사상을 펼친다. 류영모는 “예수와 석가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본받을 스승이다”며 “하느님이 주시는 생명인 얼(성령)을 공자는 덕(德)이라 하고, 석가는 법(法)이라 하고 노자는 도(道)라 하고 예수는 얼(靈)이라고 한 것이 다를 뿐이다. 이름만 다를 뿐 실체는 똑같은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류영모가 81세 때인 1971년 광주에서 수녀ㆍ수사들에게 <맹자><사도신경><봉헌경>부터 요가 강의까지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의한 것을 담았다.

“가는 게 없으면 오는 게 없어요. 오는 건 가려고 옵니다. 가는 건 오려고 가는 거예요. 그래서 그중 가운데는 가고 오는 가운데니까, 가는 가운데 오는 가운데 있습니다. 나 있는 데가 가운데입니다.(2장 중용강의 中)”
류영모의 강의는 알아듣기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높은 깨달음으로 형이상학의 깊이가 오묘한데 고차원의 언어유희로 표현이 절묘해 알아듣기 이만저만 어렵지 않다.
그래서 류영묘의 직제자 박영호가 스승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이해를 돕도록 풀어썼다.

그는 “일생 동안 다석 사상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기쁨과 보람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하느님과 함께 그리고 예수, 석가, 노자, 공자 등 여러 성현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며 “이 책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예수와 석가처럼 큰 깨달음에 이른 몇 사람만이 냈던 독창적인 ‘제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석 마지막 강의│류영모 강의ㆍ박영호 풀이│교양인 펴냄│2만2000원

다석 마지막 강의│류영모 강의ㆍ박영호 풀이│교양인 펴냄│2만2000원


# 다석 류영모(多夕ㆍ1890~1981)
다석 류영모는 불경, 성경, 동양철학, 서양철학에 두루 능통했던 대석학이자 평생 동안 진리를 좇아 구경각(究經覺)에 이른 우리나라의 큰 사상가였다. 그는 우리 말과 글로써 철학을 한 최초의 사상가였으며, 기독교를 줄기로 삼아 모든 종교와 사상을 하나로 꿰는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사상 체계를 세웠다. 그는 2008년 7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세계철학대회’에서 함석헌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소개된 바 있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4-03 오후 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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