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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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암, 조선후기 불교미술 산증인
한국불교미술사학회, 지장암서 ‘지장암의 불교미술’ 학술대회
불교의식 및 야외법회를 할 때 절 마당에 걸어놓는 국내 유일의 수(繡) 괘불화(掛佛畵)인 수아미타삼존 괘불도.

지장암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주택밀집지역에 위치한 작은 암자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지장암은 보물 제1621호 목비로자나불좌상을 비롯해 조선 후반기를 대표하는 희귀하고 귀중한 불상ㆍ불화ㆍ불구 100여 점 이상 소장하고 있다.

한국불교미술사학회(회장 문명대)는 3월 20일 지장암에서 ‘지장암 불교미술의 성격과 의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기조발표 ‘지장암의 불상과 광해군 발원, 목(木)비로자나불상의 의의’를 통해 “이 작은 사찰에는 44점의 불상과 우리나라 유일의 수(繡) 괘불화와 더불어 38점의 불화 등 많은 불교문화유산이 비장돼 있다”며 “조선시대 후반기 불교미술사의 산 증인이자 역사가 한자리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지장암을 조선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충격에서 벗어나 전국적으로 불교사원 건립과 불사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던 1655년 전후 창건된 사찰로 보고 있다.

지장암은 원래 현 위치에서 동쪽으로 400여 미터 떨어진 서울 홍수동(현 창신동)에 소재했던 것을 1924년 옮긴 것이다.

지장암에는 14종 49구나 되는 많은 불상이 봉안돼 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이 대부분인 이 불상들은 지장암에서 조성된 경우도 있지만, 전라남도ㆍ경상북도ㆍ경기도ㆍ서울ㆍ황해도 등 전국에서 조성된 것이다.

보물 제1621호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대표적인 불상이 1622년 제작된 ‘지장암 대웅전 현진작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이다.
대웅전 중앙에 놓인 이 불상은 높이가 117.5cm달하는 중형의 목조불상으로 조선중기 승병장이었던 벽암 각성(碧巖 覺性ㆍ1575~1660) 스님의 감수 아래 현진(玄眞), 응원(應元) 등 10여 명의 조각승들이 조성했다. 1924년 강재희(姜在喜) 거사가 지장암을 중창하면서 이곳으로 옮겼다.

문 명예교수는 “조선시대 17세기의 조각승 또는 유파들은 하나의 집단 내에서 일정한 지역을 근거로 불상을 조성했다. 이 때 합동작업에 참여한 조각승들은 당대의 명장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조성한 불상들은 시대를 대표할 만한 매우 중요한 작품들이었고,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이 대표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명대 명예교수는 “이 불상은 광해군(1575~1641)의 정비인 장열왕후가 직접 발원해 조성한 왕실발원 불사라는 역사적인 가치와 17세기 전국에 걸쳐 활약한 대표적인 조각승들이 참여해 공동작업으로 이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윤미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지장암의 불화와 수(繡) 지장보살도’에서 “지장암에 전해지는 고불화 20종 50점은 대부분 19세기말~20세기 초에 제작된 것들”이라며 “이 중에서도 ‘대웅전 수 지장보살도’와 ‘수 괘불도’는 양적으로 빈약한 수(繡) 불화의 연구를 위한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이날 지장암 마당에서 공개된 수아미타삼존 괘불도(1924년)는 수불화로서는 세로561.5㎝의 초대형 크기이다. 제작 기간만 무려 2년 6개월에 675명의 인력이 참여했다.
448×286㎝ 크기의 화면에 꽉 차게 수놓은 이 괘불도는 왕실 수사(繡師)의 작품답게 격조 높은 수기법으로 아미타 삼존불이 아름답게 표현돼 있다.

문명대 명예교수는 “괘불도 중에서는 유일하게 자수(刺繡) 기법으로 조성된 아미타삼존 괘불도는 일반 괘불화와는 달리 온화하면서도 입체적인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당대 최고의 화사가 바탕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역대 수불화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명예교수는 연구자료를 통해 “명단에는 3ㆍ1운동 33인의 한 분인 용성 스님의 이름도 있다. 용성 스님은 이 대작불사를 통해 나라와 백성들의 부흥을 간절히 염원했을 것”이라며 “또한 지장암 불사의 주요 인물인 왕실의 고관이었던 강재희 거사가 675명이나 되는 시주자를 모집하고 스스로 거금을 시주한 것은 일제 강점기라는 고난의 시대에 간절한 염원이 없고서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대문 밖 삼대 암자인 청룡사, 안양암, 지장암 뿐 아니라 도선사, 수국사, 불암사, 흥국사 등 많은 사찰은 구한말 고종 때 고위관료를 지냈던 강재희(1860~1931)거사의 불사가 큰 역할을 했다.
지장암 주지 정철 스님은 “강재희 거사는 조선말의 궁내부 고관으로 재직 중에는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불사에 진력했고 퇴임 후에는 손수 지장암을 중창하고 많은 불사를 주도한 위대한 불교인”이라며 “근대 불교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고 새롭게 조명해야할 진정한 불자”라고 설명했다.

비로자나불좌상 밑바닥에서 발견된 경전들과 복장품 및 후령통.

한편, 이날 불교미술사학회는 비로자나불의 복장품(腹藏品)을 공개했다.
이 불상 밑바닥에는 복장공이 있는데 이 안에는 <다라니> <화엄경> <법화경> 등의 경전이 있었다. 또한 안쪽에는 노란 보자기에 싼 불상, 불화를 조성할 때 함께 넣는 오곡(五穀)·오향(五香)·오약(五藥) 등의 복장품을 담는 은제 후령통(候鈴筒) 등이 들어 있었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4-03 오후 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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