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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좋은날을 살아가도록 바라는 염원은 한 장의 그림으로 나툰다. ‘날마다 좋은날’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온 정현 스님(하림원 원장)은 20년 넘게 10만장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시해오며, ‘그림 나눠주기’운동을 펼쳐왔다.
특별한 조직운영도 없이, 홀로 인연 따라 만난 사람들에게 나눠준 그림은 이제 헤아리기도 힘든 숫자가 돼버렸다. 이런 스님의 원력을 기념하는 전시가 서울 경운동 다보성갤러리에서 4월 8~15일 열린다.
전시장에는 선화(禪畵)와 선시(禪詩)가 어우러진 스님의 작품 108점이 전시된다. 정현 스님이 이 같이 ‘날마다 좋은날’을 주제로 그림을 계속 그려오는 이유는 단 하나다.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좋은날이 되도록 바라는 마음에서다.
“‘날마다 좋은날’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같이 살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본래부처를 찾아 날마다 좋은날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 나줘 주는 것입니다.”
스님의 수행법은 그림이다. 그림을 통해 수행을 이어가며, 기도한다. 그리고 그 기도는 다시 그림으로 탄생된다.
“그림은 나의 수행이고, 포교의 방편입니다. 저는 뛰어난 법문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식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스님’이란 삶을 살면서 특별한 장점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무엇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이 그림이었습니다. 그래서 10년 가까이 그림 그리기에만 매진했습니다.”
스님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독학으로 지금의 실력을 쌓아갔다. 스님의 작품은 창조적인 어법과 순수하고도 신선함을 더해주는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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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림에 등장하는 물고기, 공명조, 부처의 얼굴, 연꽃 등은 모두 우리의 본성을 들여다 보기위한 장치이다. 24시간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는 ‘깨어있음’을 알려주며, 부처의 얼굴은 ‘우리가 항상 드나드는 문’같은 존재이다. 얼굴 안에 있는 눈, 코, 입, 귀 모두 세상을 식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 또 공명조는 머리가 둘 달린 새로, ‘어리석음’을 말한다. 이 모두가 불성을 깨닫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은 정현 스님의 작품에 대해 “스님의 작품은 우주와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행복, 영원한 자유를 바라는 철학적 사유와 신념이 담겨 있다”며 “현란한 오방색으로 표현된 문수 동자와 보현 동자, 두 머리를 가진 새, 공명조와 연꽃 등을 통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어법으로 그림을 표현한다. 그림들은 풍자와 해학의 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여태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일으켜 살아가기 바라는 마음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의 그림을 그려 나눠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지혜’를 ‘행’하라는 뜻에서 보현보살 그리기 운동을 펼치려고 합니다.”
전시장에는 보현보살 그리기를 체험하고, 그림을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정현 스님은 이번 전시에서도 어김없이, ‘보살행’이 만들어낸 그림 600장을 관람객들에게 나줘 줄 예정이다. (02)730-756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