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었던 세월 한 순간에 접고 앉은 이름 두 글자. 서로의 몸으로 빚은 돌덩이에 그 이름을 다시 얹고 다시 긴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 겹쳐진 시간 속에서 만났던 스승과 제자는 이제야 시간의 순서를 버리고 앉았고, 말 없는 순간순간은 그 때를 기억해내고 있었다.
대흥사 부도밭에는 서산대사를 비롯해서 초의ㆍ호암ㆍ상월 등 13분의 대종사와 만화ㆍ원오ㆍ광렬 등 13 분의 대강사 그리고 그 외 여러 스님들의 부도가 있었다. 부도의 수도 많았지만 그 이름의 무게들도 만만치 않았다. 억불(抑佛)의 시대에서 불교를 지켜낸 보우 스님에서 비롯된 계보가 한 자리에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묵은 낙엽이 부도 언저리를 맴돌고, 불어온 봄바람이 그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을 다시 한 번 읽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