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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명진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2007년 대선 당시 이상득 의원과 MB 대선 운동을 도왔고, 최근에는 정부의 세종시와 관련해 청와대 비서관과 충청지역 사찰을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자승 스님의 해명을 촉구했다.
명진 스님은 3월 28일 일요법회에서 “2007년 10월 13일 자승 스님이 이상득 의원과 봉은사를 찾아와 이명박 후보의 봉은사 방문을 요청했다. 나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이 대선 후보의 형을 데리고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 것이 옳은가?”라며 “종교관이 맞아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어떤 목적이 맞아 떨어져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한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모여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했는지 내 입으로 말하기 전에 자승 원장은 스스로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 위임 이후 충청권 불교계에 정부의 세종시 협조를 요청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명진 스님은 “2009년 12월 24일 자승 스님이 박형준 정무수석과 함께 수덕사와 마곡사 등 충청주요사찰 주지 스님들이 모인 자리에 내려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충청불교계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스님은 “한국불교 장자종단의 수장이 일개 비서관 손에 잡혀 내려간 그 이유가 무엇인가. 주요 일간지에 ‘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우리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대통령과 어떤 야합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길상사를 조문한 적 있다. 출가 사문은 그 자체로 어떤 부귀영화와 견줄 수 없는 자리임에도, (자승 스님은 그 전날) 이미 조문을 했음에도, 자승 원장은 대통령이 온다니 무릎이 깨져라 왔다”며 “2008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가 불교지도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자승 스님은 종회의장 신분으로 ‘각하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죠’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자승 원장은 지금 봉은사 문제가 소나기가 아니라 끝날 때까지 내리는 장마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을 밝혔다.
봉은사 직영전환이 개신교계 주장과 그들의 이익에도 부합된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스님은 강남 순복음교회 김성광 목사의 “얼음 깨는 배가 돼 불교를 깨부수고 앞으로 나가겠다. 봉은사를 깨부수겠다”는 발언 등을 비판하며, “봉은사 직영은 결국 이러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스님은 “개신교 장로인 대통령은 김성광 장경동 등 불교폄훼 발언을 일삼는 개신교 목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대통령의 한쪽에는 이러한 지원이 있고 자승 스님이 지금과 같은 입장이다. 한국불교의 미래로 평가받던 봉은사를 흔드는 것은 결국 그들이 바라는 바를 들어주는 셈이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안상수 원내대표와 집권여당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스님은 “차라리 (안상수 원내대표가) 처음부터 현 정권에 대해 너무 비판하니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고 밝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영국 거사가 자리에 없었다’ ‘명진 스님을 모른다’고 (안상수 원내대표가) 거짓말 한 것이 더 크다. 군대에 안 가려고 병역을 기피한 사람이 거짓말까지 하니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정계은퇴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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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스님은 “‘좌파’던 ‘빨갱이’던 안 원내대표가 우선 군대에 갖다와야 받아들일 수 있겠다”며 “안 원내대표는 그렇게 ‘좌파’가 싫으면 왼쪽 눈도 감고 다니고 왼쪽 팔, 왼쪽다리도 쓰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명진 스님은 해군 최악의 참사인 1974년 YTL정 침몰사고로 복무 중인 동생을 잃은 일화를 소개하며,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은 현 정권 관계자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스님은 먼저 20세에 순직해 현재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동생을 거론하며 천안함 실종 장병의 생환 기원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스님은 “6살 때 어머님을 여의고 어머니를 대신해 보살피던 동생이 1974년 해군 예인정 사건으로 떠났다. 아버님도 이듬해에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며 “40년 걸망을 져도 그때의 슬픔을 떨치지 못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맹호부대원으로 월남전에 참가하기도 했던 명진 스님은 이날 “안보회의를 추죄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면제자라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병역을 기피한 자들이 어떻게 앉아서, 국가를 지키는데 자식을 그리고 형제를 보낸 국민들을 이끈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스님은 “이 땅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신성한 국방의무 등을 피한 사람들은 정치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우리 봉은사 신도들은 이번 선거에서 여야당을 가리지 말고 거짓말 하는 사람, 병역 등을 회피하는 부도덕한 사람들은 제발 가려 뽑자”고 당부했다.
끝으로 명진 스님은 가사를 들어 보이며 “(나는) 봉은사 주지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내 자신을 던져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다음 일요법회에는 장삼을 입고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여법한 법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대변인 원담 스님 명의로 “명진 스님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