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정치권 외압이 쟁점화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총무원 측은 “봉은사 직영전환은 당연하며, 정치권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봉은사는 “봉은사 직영전환은 정치권 외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교단체는 봉은사 직영전환 타당성 검토보다는 정치권 외압 처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총무원 측, 봉은사, 불교단체간 공통 교집합이 없어 불자들의 원만한 사태 해결 기대와는 달리 파국으로 치달을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원내대표에 의한 종교계 외압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호재로 받아들여지면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 외압…진실공방 속 쟁점화
사태는 조계종 중앙종회가 3월 11일 임시종회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건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찬성 49표, 반대 21표로 통과시킨 것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스님은 14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봉은사 신도들과 소통 없이 결정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은 수용할 수 없다. 과거와 같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봉은사를 점령하고자 한다면 목숨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명진 스님은 21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밀통과 야합이 있다”는 외압설을 제기했다.
스님은 법회에서 “2009년 11월 13일 자승 스님과 안상수 원내대표가 만났을 때, 안 원내대표가 ‘강남 부자사찰에 좌파 스님을 주지로 그대로 나눠야 되겠냐’고 총무원장스님에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명진 스님과 안상수 원내대표의 진실공방 속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권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은 종교탄압”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은 22일 논평을 통해 이번 외압 의혹 사건을 1980년 대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10·27법난’에 이은 ‘제2의 법난’으로 규정하는 한편, 당 차원의 대책기구를 통한 자체 진상조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안상수 원내대표가 명진 스님이 신도들이 전한 성금 1억 원을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전달한 것을 문제 삼았다”며 “헌법에 보장된 종교 자유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한나라당은 공식 회의석상에서 명진 스님 발언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았으며 대변인 논평도 발표하지 않았다.
◇불교계…종단 자주성 훼손 우려
정치권과 별도로 불교계에서는 종단 자주성이 훼손된 것을 우려하는 입장이 발표됐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의장 진오, 이하 대중결사)는 22일 ‘종단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정치권력의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조계종 총무원은 봉은사와 관련한 일체를 해명하고, 부당한 정치권력에 굴복했다면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대중결사는 성명서에서 “총무원은 대중들과 아무런 소통 없이 수도권 포교 활성화란 명목으로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지정했다”면서 “수도권 포교, 나아가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원력을 세우고 임해야 할 총무원이 아직도 정치적 판단으로 이를 손쉽게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밝힌 만남의 목적 또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중결사는 “안상수 원내대표 해명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3일의 부적절한 만남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져 불교관계 예산을 부탁받았다고 한다. 청정함으로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할 불교계가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국가예산을 논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권력과 불교가 야합하고 있다는 국민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이러한 의심이 곧 종단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계에서는 정치권 외압에 무게를 실으며 봉은사 사태의 해법을 고민해 가는 모습이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재가연대,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등 12개 불교단체는 25일 연석회의를 열고 안상수 원내대표의 공직사퇴를 촉구하기로 결의하고, 26일 한나라당에 입장서를 전달했다. 25일 광주전남 재가불자 108인도 성명서를 통해 정치권력의 외압을 규탄했다.
◇직영 찬반 두고 세력간 대결 그쳐야
불교단체의 정치권 외압 지적과는 다르게 총무원 집행부과 원로회의와 중앙종회는 “봉은사 직영전환은 적법‧정당하다”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무원은 대변인 원담 스님(기획실장)을 통해 수차례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로회의 의장단은 24일 청주 보살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봉은사 직영전환 당연하다”는 입장 발표했다. 이어 25일 중앙종회도 “외압 논란은 중앙종회의 자주성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봉은사 직영 전환은 외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중앙종회는 “(명진 스님이) 외압 논란을 그치지 않으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명진 스님의 징계회부 의사도 내비쳤다.
이에 더해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도 29일 부산 범어사에서 회의를 열고 봉은사 등 최근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총무원 측의 봉은사 명진 스님 압박이 계속되자 봉은사 신도회는 25일 직영전환 철회,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도회는 40여 년 전 총무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봉은사 삼보정재가 유실됐음을 지적하는 한편, 주지 명진 스님에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선 24일, 정휴‧수경‧도법‧지홍 스님 등이 명진 스님을 만나 중재를 시도했다. 이 자리에서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 전환 즉각 철회 △봉은사 사부대중 합의에 의한 주지 추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공개참회를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 전환이 철회될 때까지 매주 일요법회를 통해 새로운 이슈를 던지며 조계종 총무원 측을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과 봉은사 양 측의 대립을 해소할 화두가 종단 자주성 수호에 달려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조동섭․노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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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3월 21일 봉은사 일요법회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외압 넣었다” 주장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1월 13일 프라자호텔에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나 ‘강남 부자사찰에 좌파 스님을 주지로 그대로 나눠야 되겠냐’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11월 20일 김영국 거사가 찾아와 전했다. 총무원장 당선 직후 만난 자승 스님도 정치권에서 말이 있었다고 확인해 줬다.”
안상수 원내대표 “명진 스님 발언 사실무근, 누군지도 모른다”
총무원 원담 스님 “정치권 외압 억측” “외압 없었다”
김영국 前 조계종 특보 “명진 스님 말 모두 사실이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단 “봉은사 직영전환 당연하다”
조계종 중앙종회 “봉은사 직영 전환 외압 아니다”
봉은사 신도회 “직영철회‧책임자 문책하라”
명진 스님 3월 26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2007년 10월 13일 자승 총무원장이 이상득 의원을 데리고 왔다. 당시 자승 원장은 ‘이명박 후보가 봉은사에 와서 스님과 신도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지금, 다 놔버리고 가는 것이다. 봉은사 주지에 대해 욕심을 내는 것도 아니다. 언제든지 걸망지고 떠날 자세가 되어 있다. 나는 혼자 거대한 세력에 맞서고 있다. 종교까지도 손아귀에 넣으려는 정치권의 부당한 외압과 거짓말에 맞서서 내가 추구하는 것은 진리와 올바른 정의다. 윤봉길 의사가 자동차와 탱크, 군함까지 가지고 있는 일본을 향해 폭탄을 던지면서 ‘이러면 독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게 옳으니까 폭탄을 던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