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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명성황후의 목숨을 끊어 놓은 자객의 칼이 일본 신사의 귀중품으로 기증돼 지금까지 보물 같은 존재로 남아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사무총장 혜문스님)와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는 3월 26일 안중근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히젠도 환수위원회(위원장 혜문 스님·최봉태, 이하 환수위)’를 조직해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날 환수위는 ‘국치(國恥)의 상징 히젠도를 즉각 폐기하라’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일본 후쿠오카의 쿠시다 신사가 소장한 히젠도에 대한 적절한 처분을 요구했다.
환수위측은 “이 칼은 지난 100년간 한일간에 발생했던 비극적인 업보를 상징하는 물건”이라며 “이 칼로 저질러진 을미사변(1895년 조선와비살해사건)으로 말미암아 이른바 ‘피로써 피를 씻은 한일관계’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 역사까지도 불행하게 만들었으며, 우호적 한일관계로 이어져야 할 새로운 시대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이 칼은 파기되거나, 당시 사건 현장이었던 한국 측으로 반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환수위 위원장 혜문 스님은 “쿠시다신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기록서에 보면, ‘왕비를 이 칼로 베었다’라는 내용이 라벨로 붙어있다”며 “이것은 살인혐의에 대한 명백한 자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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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젠도는 명성황후를 살해했던, 인물 중 하나인 토오 가츠아키가 당시 사용했던 칼로서, 후쿠오카의 쿠시다 신사에 기증돼, 오늘날까지 보관돼 오고 있다. 이 칼은 16세기 에도시대 다다요시(忠吉)란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칼로 전체 길이가 120㎝, 칼날이 90㎝이다. 나무로 만든 칼집안에는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라는 뜻의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가 새겨져 있다.
이번 히젠도 환수 문제는, 혜문 스님이 명성황후 국장도감을 추적 하던 중 히젠도의 사실에 대해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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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지 100주기가 되는 3월 26일에 발대식을 개최하는 이유는, 안 의사도 이토오를 사살한 이유 중 첫 번째 이유로 ‘남의 국모를 살해한 죄’를 상기했기 때문”이라며 “히젠도 문제를 해결함으로서 일본의 야만심을 밝히고 명성황후 죽음의 참회를 맞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봉태 변호사는 “한일합방 등의 문제가 거론되고, 일본이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이때에, 히젠도 환수문제는 반드시 해결돼 일본이 우리에게 저질렀던 횡포들을 상기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수위는 쿠시다 신사에 히젠도 처분 요청서를 발송하고, 앞으로 쿠시다 신사측과 환수문제에 관해 계속 접촉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환수위는 명성황후 시해에 대해 ‘시해’라는 말 대신 ‘살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