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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장애인복지관 제과제빵교육 달ㆍ고ㆍ나
4개월간 매주 두 차례 교육…인기ㆍ효과 짱
성북장애인복지관(관장 현관)을 이용하는 지적·자폐성 청소년들이 밀대로 빵 반죽을 밀고 있다.


“여러분, 빵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계량이에요. 정확하게 강력분 1200g을 달고 물은 756g, 설탕은 60g 이니까 꼭 기억하세요”“선생님! 1200g이 넘어버렸어요…”“반죽 한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거죠?”

오늘은 곡물이 들어간 크라프트 빵 만들기를 배우는 날. 하얀 밀가루로 범벅된 손을 한 학생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선생님을 찾는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비율에 맞게 재료를 저울에 올려 계량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도 마음은 설레고 들뜬다. 내가 만든 빵을 엄마, 아빠,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갖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성북장애인복지관(관장 현관) 제과제빵실의 풍경이다. 새 학기를 시작한 고등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모였다.
자신이 직접 만든 곡물 크라프트 빵을 오븐에 넣기 전에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여느 제과제빵수업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이곳은 조금 특별하다. 지적ㆍ자폐성 장애 청소년들이 직무능력향상을 위해 모였기 때문. 이들은 3월 8일부터 4개월간 매주 월ㆍ수요일실시하는 제과제빵훈련 ‘달ㆍ고ㆍ나(달콤하고 고소한 나눔의 향)’에 모여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기 위해 제빵 기술을 배울 계획이다.

안주희 학생(19ㆍ지적장애)은 “아~ 10g만, 이제 5g만 더 넣으면 완성이군…”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저울에 올려 수치를 확인한다.

“자 이제 반죽을 다 했으니 식빵모양이 나오도록 3겹 접기를 해볼까요?”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죽을 둥글둥글하게 둥글리기 하고 발효시킨 뒤 밀대로 반죽을 밀기 시작한다.

밀대로 밀자, 납작해지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는지 학생들은 연신 까르르거린다.

김우석 학생(20ㆍ지적장애)은 “오늘 만든 빵은 할아버지 갖다드릴 거예요. 지난번에 브라우니 만들어서 갖다드렸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라며 흐뭇해한다.

“밀대로 반죽을 밀면서 가스를 빼요. 그런 다음에 3겹으로 단단하고 둥글게 말아요. 이렇게 만든 반죽 3개를 틀에 넣고 구우면 여러분이 잘 아는 식빵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학생들의 동작은 서툴지만 선생님이 시범으로 만들어놓은 모양과 비슷하게 만들어져가는 자신들의 빵 반죽을 보고 날아가듯 좋아한다.
2차 발효를 하고 200℃넘는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는 동안 학생들은 이야기 꽃을 피운다.

안주희 학생은 “제가 좋아하는 남자친구한테 빵 만들어 줄 거예요. 엄마랑 친구한테도 만들어서 주고요. 저는 치즈가 들어있는 빵을 좋아하는데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홍지수 학생(21ㆍ지적장애)는 “빵 만들기 중에 밀대로 미는 것이 제일 재밌어요. 빵 만들기 너무 재밌고 좋아요. 여동생한테 빵 갖다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4개월간의 제과제빵교육 과정을 거치면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관련 직종으로 취업도 할 수 있다.

성북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훈련생들이 직접 만든 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제과제빵 교육을 받았던 훈련생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사업을 지원하는 ‘달고나’ 프로그램은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훈련과 병행해 세안, 의복착용 등의 자기관리, 면접기술, 이력서 작성도 교육하고 있다. 학생과 훈련생들은 현장 훈련 이후 유사업종으로의 취업연계 및 모자창업 등의 창업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또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ㆍ정서적 발달도 기대할 수 있다.
성북장애인복지관 김진아 직업재활사는 “지적장애학생들은 작은 근육운동이 잘 이뤄지지 않아 손을 이용한 활동에서 지체되는 편이다”며 “제빵교육의 반죽, 빵 모양만들기, 도구 사용으로 손의 기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목표물을 설정해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고, 사회성ㆍ성취감ㆍ협동심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인 제과제빵 전문 강사.

이경인 제과제빵 전문 강사는 “장애인들이 만든 빵은 비위생적이라 생각하는 일반인들이 많다. 그러나 손 씻기 등과 같은 철저한 위생교육을 시키면 오히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보다 잘 따른다”며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만 더 신경 써 교육하면 비장애인들만큼이나 훌륭한 맛과 모양의 빵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장애인들의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만이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며 다함께 어울려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3-19 오후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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