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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봄이었다. 개울의 물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고, 얼었던 땅엔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남쪽의 땅은 더 일찍부터 봄이 와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부산 범어사에도 봄의 기운이 가득했다. 자연은 한 순간도 쉬지 않았던 것 같다. 염화실 돌담 위엔 무겁던 눈이 녹고 하얀 매화가 피어 있었다.
하얀 매화가 쏟아지고 있는 돌담 밑으로 스님 두 분이 반가운 합장 인사를 나누며 지나갔다. 오랜만인 것 같았다. 짧은 인사 속에 서로의 오랜 세월을 묻고 있었다. 다시 만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된다. 인연으로 꽃으로. 누구의 말씀처럼 조금만 더 따뜻해지고 조금만 더 친절해질 일이다. 한 순간인 이 짧은 순간에도 수 천 개의 꽃송이가 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