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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년에 걸쳐 만들어진 낙동강의 모습이 3개월 여 만에 사라졌다. 인간의 손에 흐트러진 낙동강에 종교인들이 모였다.
경북 상주시 중동면 낙동강변 모래밭에서 종교인들은 손을 잡고 낙동강이 그대로 흐르기를 기도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 앞에서는 너와 나, 종교의 장벽을 넘어 ‘생명의 강, 어버이의 강’이었다.
불교ㆍ개신교ㆍ천주교ㆍ원불교 등 4개 환경단체들의 모임인 종교환경회의(상임대표 수경)는 3월 15일 4대강 사업 현장의 한 곳인 낙동강 상주보에서 공동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 참가자들이 모여 4대강 사업저지 운동 저지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행사는 기도로 시작했다.
지율 스님은 “대한민국 국토개조론, 한국의 두바이, 한국형 뉴딜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3조5000억 원이 배정됐다. 수많은 생명을 죽이고 아름다운 고유의 가치와 생명을 잃게 하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한국형 녹색 뉴딜 사업인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강을 보고, 강의 소리를 많이 듣도록 하는데 힘쓰자. 오늘의 기도가 내일의 역사가 되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최완택 목사(생명의강환경연대 상임대표)는 본 행사에 앞서 “강은 태초부터 흘러 이곳까지 왔다. 강은 영원히 흘러야 한다. 조물주의 섭리를 거부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흐름을 이길 힘은 아무데도 없다”고 기도했다.
김진조 신부(천주교 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 대표)는 “정부는 국민적 합의 없이 4대강 사업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을 막지 못한 것은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사회전체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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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에 이어 참가자들은 낙동강변에서 ‘어버이 강, 생명의 강’을 노래하며 손을 잡고 모래위에 원을 그렸다. 강변에는 ‘흐르는 강’ 4자를 크게 그려 넣었다. 곧 사라질 모래 글자지만 참가자들은 흙을 쌓아 또박또박 글씨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낙동강 일대, 상주보 공사현장도 순례했다. 순례 중에는 공동결의문이 낭독됐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간절히 요청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민심을 외면하고 저버린다면 종교인들은 온갖 불의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을 전국 곳곳의 사찰, 성당, 교당에서 모든 종교인들이 온 국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끝까지 저지해 나갈 것입니다.”
종교환경회의는 결의문에서 “재앙을 수수방관한 종교인, 종교도 수수방관하며 제 구실을 못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며 “종교인의 소명에 따라 생태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 결의문에 앞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의 순으로 기도문을 낭독했다. 4대 종교는 4대강 문제가 인간의 물질적 욕망, 탐욕. 교만에서 비롯된 것임을 참회하고 4대강 사업의 중단을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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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순례 1년째인 지율 스님은 순례단에게 4대강 살리기 공사의 실체를 꼼꼼히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스님은 “상주보 공사현장은 본격적인 공정이 진행된 지 4개월 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못 알아볼 만큼 많이 변해 있다”
고 설명했다.
지율 스님은 3개월 전 거처도 낙동강 보 공사 인근으로 옮겼다. 스님은 낙동강이 변하는 순간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낙동강을 걸으며 인간의 탐욕에 망가지는 모습을 렌즈에 담고 있다.
스님이 촬영한 낙동강은 인터넷 다음 카페(http://cafe.daum.net/chorok9) 등에 공개되고 있다.
지율 스님은 “매일 1000여 종의 나무와 1만 여 종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굽이굽이 흐르던 강이 염전처럼 네모반듯하게 변하고 있다. 100년도 채 못사는 인간들이 3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자연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가”라며 개탄했다.
이어 스님은 “종교인들의 움직임이 자연의 아름다움이 훼손되기 때문에 펼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모든 아름다운 가치와 생명이 모두 잃어 가고 있다. 정부의 4대강 정책은 반드시 재검토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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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농민회 한 관계자는 “자손만대 흘러야할 강을 인간의 탐욕으로 무참히 파괴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성당에서는 4대강 사업 관련 만화 책자를 70여 만 부 배포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4대강 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했기에 사회단체와 연대해 적극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노현문 신부(산청 성삼위일체성당)는 “100 마디 말보다 직접 봐야 심각성을 안다. 직접보고 나니 4대강 공사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며 “‘27정의평화사재단’은 꾸준히 공사현장을 방문해 기도로 저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동기도회에는 지율 스님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불교계 인사의 참여가 없어 불교계의 범종교적 연대활동의 한계를 드러냈다. 불교환경연대는 4월 17일 조계사에서 대규모 환경법회를 개최한다. 3월 22일 물의 날, 4월 22일 지구의 날, 6월 5일 환경의 날 등에 각 종교단체들은 4대강 저지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때, 각 종교계 인사들이 다시 한번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지, 불교계 인사는 얼마나 참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