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 제183회 임시종회가 8~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됐다.

16개 안건이 상정됐던 종회는 동대 이사후보 추천건으로 통도사ㆍ월정사 스님들이 회의장을 방문하고, 집행부가 총무분과위에서 반려된 봉은사ㆍ선본사건과 총무원 부원장제 등 집행부 핵심 추진안을 긴급 상정하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쟁점 사안마다 격론이 오가며 회기 동안 계파간 힘겨루기를 거듭했던 종회는 법정 스님 원적으로 폐회됐다.

종회의장 보선 스님은 개회사에서 “산적한 법안들이 의원스님들의 경륜과 지혜로 성안돼 공포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인사말을 통해 제33대 집행부 11대 핵심과제와 25개 주요과제에 대한 종회의 지원을 당부했다.

자승 스님은 “총무원 집행부가 종도들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단위는 바로 중앙종회”라며 “종도들의 마음이 모아진다면 못할 일이 없다”며 종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스님은 △추가경정예산안 △사찰부동산관리법 개정안 △종무원법 개정안 △신도법과 종단교무금납부에 관한 법 개정안 △승려법 개정안을 특별히 강조하며 집행부에서 상정한 안건을 중앙종회에서 원만하게 처리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개회식에서는 보궐선거로 당선된 신임 직능대표 세영ㆍ보광ㆍ오심ㆍ정산 스님과, 제13교구 쌍계사 이암 스님, 제14교구 범어사 무관 스님, 19 교구 화엄사 우석 스님이 의원선서를 하고 분과 배정을 받았다

배정된 분과는 교육분과-세영 스님, 사회분과-이암ㆍ오심 스님, 법제분과-보광ㆍ무관 스님, 총무분과-정산ㆍ우석 스님이다.

개회일 안건 채택 후 직영ㆍ특별분담사찰 감사의 건으로 휴회했던 종회는 10일까지 휴회됐다.

#동국대 이사후보 추천 부동의

종립학교관리위원회의 동국대 이사 후보 추천은 개회 전부터 종단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통도사와 월정사는 “문중이 배제된 계파 중심의 선출”이라고 비판하며 추천된 이사후보 스님들의 사퇴와 종회차원의 반려를 촉구했다.

두 사중스님들은 종회 첫날부터 회의장을 방문했다.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과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8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종회의장 보선 스님을 면담하고 사중의 의견을 전달했다.

10일, 동국대 이사 후보ㆍ감사 후보자 추천 동의의 건이 상정되자 격론이 벌어졌다.

안건상정이 되기도 전에 월정사 종회의원 도안 스님은 “동대 설립의 최대 출연 사찰인 월정사가 이사를 계속해왔다. 종립학교관리위에서 힘의 논리로 결정된 이번 추천안은 파행적이다”라며 이사 후보 재추천을 요구했다.

통도사 종회의원 오심 스님도 “종립학교관리위원회의 출연사찰을 배려한 불문율이나 관습법이 무시됐다. 통도사는 임회에서 의논하고 확실히 인지를 받아야하는데 아닌 부분이 있다”며 추천안에 대해 전체의원의 본인의사를 물을 것을 제안했다.

반면에 무애 스님은 “동국대 이사후보 추천은 종립학교관리위원회가 적법한 절차 거쳐서 나온 결과물으로 반려 사유는 안된다. 비밀투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무기명 비밀투표 진행이 결정된 후에도 후보 단일 투표와 후보별 개별 투표 방식을 놓고 신경전이 계속됐다. 결국 안건은 개별 투표로 진행돼 종관위에서 추천된 동국대 이사후보 추천안이 투표 결과 모두 부결됐다. 통도사 영배 스님 후임 이사후보 추천건(정호ㆍ범해 스님)은 출석의원 75명 중 찬성 37표, 반대 38표로 부결됐다. 월정사 정념 스님 후임 이사후보 추천건(종호ㆍ선각 스님)도 찬성 27표, 반대 48표로 부결됐다.

상운 스님 후임으로 진화ㆍ대전 스님이, 진만 스님 후임으로 진만ㆍ영관 스님이 추천된 동국대 감사 후보 추천건과 승가학원 이사 후보 추천 동의건은 종하 스님 후임으로 추천된 성문ㆍ원혜 스님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편, 종립학교관리위원회는 11일 긴급간담회를 소집하고 종회가 종관위 결의를 무시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총무원 부원장제 신설건 부결

총무원 부원장제 신설을 골자로 하는 종헌 및 총무원법, 종무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무부원장이 신설되며 문화사회부로 명시된 부분이 문화부와 사회부로 수정된다. 또 총무원법에 따라 수익사업을 위한 사업부가 신설될 예정이었다.

총무분과위원회에서 반려된 것을 종회의원 20인 발의로 긴급상정했지만 안건은 11일 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출석의원 60명 중 찬성 25표, 반대 35표로 부결됐다.

#사찰부동산관리법 통과

사찰부동산관리법은 수정 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재무부장 상운 스님은 입법 설명에서 “사찰부동산관리법은 토지처분금 전용 등으로 소실되는 재원을 당해사찰과 본사, 종단의 목적불사에 사용코자 하는 취지”라며 “현재 시행령의 모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신도시 포교 및 전법회관, 포교소 건립 등을 위한 종단 미래에 필요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스님은 “이미 등기된 사설사암 등이 이번 법안으로 인해 조계종을 탈퇴해 유사종단으로 옮기는 사퇴가 예상된다. 사설사암의 토지처분금 등을 본사에서 관리한다면 그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설사암에 한해서는 당해 사찰 주지 스님의 권한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홍 스님은 “사설사암의 10% 수용은 본 취지는 공감하나 정부 개발 계획 등으로 불가피 하게 이전하는 경우 종단에서 수용금을 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제조항에 대한 현행 시행령(정부 수용등에 대해 면제)의 설명이 진행된 후 세밀한 면제조항을 명시키로 결정했다.

사설사암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종회의장 보선 스님은 정휴 성직 학담 보광 지원 정범 스님 등 6명의 종회의원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조항 안건을 수정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의원 스님들은 수정안을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선본사 직영사찰 유지

9일, 조계종 대변인 원담 스님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종회 총무분과회의에서 반려됐던 직영사찰 지정ㆍ해지 등 재조정 안을 상정한다”고 발표했다.

안건은 △선본사 직영사찰 해지 및 특별분담사찰 지정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및 특별분담사찰 해지건으로 나뉘어 총무원장 제출안으로 상정됐다. 청담문도회 등의 반발을 샀던 도선사 직영사찰 지정은 상정안에서 제외됐다.

원담 스님은 입법 설명을 통해 “1994년 개혁으로 지정된 직영사찰과 특별분담사찰이 재정변화가 이뤄져 분담금 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교구의 역할 증대와 종무행정의 변화가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지방교구의 사찰을 직영사찰로 지정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도 적절하지 않으며, 직할교구에서 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건이 상정되자 정휴ㆍ향적 스님은 “특별분담금사찰 해지조항과 직영사찰 전환시 현 특별분담사찰 주지 임기를 명시한 사항이 종법상 미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종회 통과 이후 시행에 시일이 있는 만큼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첨예한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회의장을 찾아 힘을 보탰다.

정휴 스님이 자승 스님에게 “자승 스님의 뜻도 (영담 스님과) 같은가”라고 물었다. 자승 스님은 입법 미비된 상태에서도 강행할 의사가 묻는 질문에 “뜻만 같은 것이 아니라, 봉은사 현 주지스님의 잔여임기를 보장하고 직영사찰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할 의사도 있다”고 답했다.

집행부의 강력한 추진 입장 속에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하는 안건은 표결에 부쳐져 출석의원 70명 중 찬성 45표 반대 21표로 가결됐다. 하지만 선본사를 직영사찰에서 해지하고 특별분담사찰로 전환하는 안은 69명이 투표해 찬성 11표 반대 58표로 부결됐다.

이어 종회는 원로회의 의원 추천의 건으로 상정된 근일 스님(고운사), 종진 스님(해인사), 월탄 스님(법주사), 암도 스님(백양사), 성파 스님(통도사), 정관 스님(범어사)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또, 종립학교관리위원 선출의 건은 중앙종회의원인 종호 스님과 원경 스님, 장명 스님, 현조 스님을 선출했다.

한편, 본회의는 2009년도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 결산안과 2010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추경예산은 일반회계 3억1400만원, 특별회계 7억6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