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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의 새로운 출발지인 여강(如江)선원이 문을 열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은 3월 13일 여주 신륵사 인근에 자리한 여강선원을 세간에 공개했다.
컨테이너 박스 2개로 만들어진 선원은 여주 신륵사 일주문에서 경내 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세워졌다. 여강 선원은 신륵사 뿐 아니라 남한강 중류 여강(驪江) 여주보 공사현장과도 지척에 위치한다. 선원에서 바로 보이는 여주보 공사현장에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강처럼 사는 집’ 여강선원은 강을 살리고자 하는 이들이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하는 공간이다. 선원에서는 24시간 4대강 사업으로 고통 받는 뭇 생명을 위한 도보순례, 수륙제 등 참회와 성찰의 기도가 이어진다.
이날 개원식에는 종교계 대표적 환경운동가인 수경 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연관 스님,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인 법응 스님, 이부영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김재일 사찰행태연구소 소장, 신경림ㆍ박남준 시인, 최병성 목사, 홍타원 교무, 이종걸 민주당 의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구중서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200여 명이 함께했다.
개원식 사회를 본 현각 스님(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은 본 행사에 앞서 “선원이 강변에 있다. 여러분은 그 뜻을 알 것이다. 이렇게 좋은 봄날 개원식을 해 안타깝고 가슴 아프면서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현각 스님은 “성찰로 깨끗한 마음이 됐을 때 우리는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정부의 4대강 죽이기 사업에 동일한 방식의 대응 대신, 개인 및 사회가 함께 지구와 우리는 한 몸, 한 생명임을 자각하고 성찰하는 4대강 저지 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원 개원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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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발언마다 수경 스님의 행보를 격려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결의가 묻어났다.
화계사 청년회는“이명박 정부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을 파헤치면서 강 살리기란 말로 포장해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자연의 조화를 깨뜨리고 강 속 무수한 생명과 농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돈벌이 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여강선원으로 모여 4대강 문제점을 진지하게 따져 자연과의 조화, 진정한 행복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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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은 “국토가 조각조각 나고 있다. 강을 네모반듯하게 잘라서 어찌할 것인가? 4대강 사업은 단순 자연파괴, 환경오염이 아니다. 천년, 만년이 지나도 되돌리지 못할 일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고 욕하는데 그치지 말고 모두가 적극 나서야한다. 이시대의 죄인이 되지 말자”고 주장했다.
이부영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는 “여강선원이 개원은 타성, 무심의 생활을 죽비로 때려 깨우는 행위”라며 “국토 전체를 들쑤셔 놓는 4대강 사업에 시민과 학생 등 모두 조용하다. 수경 스님 등 종교인들이 일깨워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재고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것”고 격려했다.
박남준 시인은 ‘다시 또 여강에 몸을 던져’라는 시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어찌 세상은 이렇게 변함없습니까”라고 시작한 시는 개탄에 가까웠다.
“하루아침이면 말이 바뀌는 경박하다 못해 야비하고 쥐새끼처럼 사특하고 탐욕스러운 이명박 정권만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맑은 강가에 반짝이는 모래밭, 알록달록 조약돌들 어찌 그것뿐이겠습니까. 모든 눈부신 것들은 우리 곁에 다시는 흔적 없을 것입니다.(중략)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나태, 설마, 외면, 나 하나쯤이야 만행이 살겁의 만행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긴 시가 낭독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주의가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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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수경 스님은 ‘생명의 강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했다.
“강가에서, 이 땅의 생명줄인 강가에서, 남한강가에서, 한강가에서 하늘과 땅과 물과 바람의 혼들에게 온 몸 온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땅과 물과 햇빛과 바람의 은혜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감사의 편지가 되게 해주소서. 오늘 우리들의 기도가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마지막 눈물이게 해 주시옵소서”
기도문 중반에 이르러 스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 스님은 또 눈물을 흘렸다. 수경 스님은 기도문을 불에 태워 날렸다. 슬픈 개원식이었다.
여강 선원 개원이 마냥 슬픈 일 만은 아니었다. 앞으로 개인, 소규모 단체들의 작았던 목소리가 모아져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화계사 합창단, 레게 음악 전문밴드 ‘윈드 시티’는 신나는 공연으로 개원을 축하했다. 윈디시티 리더 김반장은 “매일 아침 법정 스님의 말씀이나, <법구경>한 줄 만 읽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얻었다.
이어 참가자들은 신륵사와 여강선원 주변의 천혜의 금ㆍ은 모래가 빛나는 여강 주변을 순례했다. 순례자들은 억겁의 시간과 인연이 만들어 낸 이곳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모습에 참담해 했다. 하지만 여강선원이 개원으로 나만의 생각이 모두의 생각으로, 참회와 자성의 기도가 지혜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발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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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 ''종교계에서 물꼬 트겠다''
여강선원에서 기도로 지혜 찾을 터
본 행사에 이어 대화마당이 펼쳐졌다. 50여 명의 사부대중이 모인 대화마당에는 종교환경회의, 환경단체, 신부, 수녀님 등이 동참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 함께 4대강 사업을 해결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수경 스님이 여강선원 개원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아래는 수경 스님의 말을 정리한 것이다.
“새만금을 통해서 많은 아픔을 겪었다. 새만금에 대해서 진솔하게 몸과 마음을 던져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부분 때문에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지금도 그렇다.
이 시대 이 땅에 태어나 은혜를 입고 살아온 사람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다 일이 벌어진 후에 일을 막아보려고 해도 어렵다. 몸과 마음을 던져 이 시대 이 땅에서 이런 일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현 정부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힘으로 돌진하고 있다. 작년부터 기미가 있었다. 정부가 종교계 지도부에까지 불편한 심기를 전하는 것을 감지했었다. 봉은사 같은 경우가 그렇다.
시민, 일반 환경단체가 4대강 문제를 가지고 현장에 캠프를 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종교계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 종교계 결집은 물론 시민 환경단체의 연대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선원을 열었다.
다행스럽게 3월 12일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도 종교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고무적이다. 종교계, 시민사회의 연대로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지혜를 모은다면 희망이 있다.
4대강 사업은 3~6월이 가장 큰 고비다.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이 기간 동안 현장, 국내ㆍ외에 4대강 문제에 대한 여론 환기에 주력하겠다. 천주교 신부님, 미국인 선교사, 목사 등의 조직을 구성해 국제기구에 알리겠다. 4대강 문제의 심각성과 올바른 대응점을 찾겠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각계 단체에 4대강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
선원은 자신의 모든 가치관과 생각을 비우는 작업이다. 비움으로 4대강 문제의 핵심과 해결 과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살고 있는 공간 전체가 선원이라 생각하라. 이 시대 일어나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도록 길을 찾고 힘을 결집시키는 일에 모두가 동참하자. 가정, 사무실 어디든지 발원, 기도하라. 지혜가 모아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