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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법정 스님이 3월 11일 오후 1시 51분 세수 79세, 법랍 56세로 송광사 서울 분원 길상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3~4년 전 폐암이 발병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던 법정 스님은 투병 중에도 대중에게 책과 법문으로 ‘맑고 향기로운’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스님은 2009년 4월 19일 길상사 봄 정기법회를 끝으로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요양을 해 왔으나, 병세가 악화돼 최근 서울 삼성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아왔다.
법정 스님은 1932년에 전남 해남에서 출생해 목포 유달산 자락에서 성장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를 시작했던 스님은 1953년 전남대 상과대학 입학 후 진리의 길을 떠났고, 이듬해인 1954년 효봉 스님을 만났다. 충남대 상과대학 3년 수료 후 1956년 통영 미래사에서 효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선원 등에서 참학했던 스님은 28세에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고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역경사업을 시작했다. 스님은 1960년대 <불교사전> 편찬에 힘을 매진하면서 4ㆍ19, 5ㆍ16를 겪었다. 이때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가까이 하면서 민주수호국민협의회와 유신철폐 개헌서명운동에 참여했다.
1970년대 스님은 봉은사 다래헌에 거주하며 <한글대장경> 역경에 헌신했다.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역경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및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군사독재 시절, 출가에 회의를 느낀 스님은 산으로 돌아갔다. 1975년 송광사 뒷 산에 불일암을 지어 20년을 홀로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속세를 떠나 자연의 벗이 된 후,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곧고 정갈한 글을 통해 보여줬다.
스님은 1994년 순수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고 이끄는 한편, 1987년에 시주받은 대원각을 길상사로 탈바꿈 시키고 회주를 지냈다. 2003년 12월 회주 직에서 물러났다. 2004년 대한불교진흥원 제2회 대원상 승가부문 수상자인 법정 스님은 공식적으로 수상을 사양하기도 했다.
2008년 11월에는 길상사 소식지에 실었던 수필들을 모아 <아름다운 마무리>를 출간한데 이어, 2009년 6월과 11월에는 2003년부터 했던 법문을 묶은 첫 법문집 <일기일회>와 두번째 법문집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냈다.
스님의 저서로는 <무소유>, <오두막 편지>, <서 있는 사람들>, <물소리 바람소리>, <홀로 사는 즐거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맑고 향기롭게>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숫타니파타>, <진리의 말씀(법구경)>, <인연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