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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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망구 길 간 구도자
일상에서 발견한 인어공주



인간세상의 왕자를 보고 인간이 되기 위해 인어공주는 마녀를 찾아간다. 마녀는 “꼬리를 발로 바꾼 후에 디딜 때 마다 바늘을 밟는 것 같은 고통을 참아야 할 것이며, 그런 노력에도 왕자와 결혼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마녀는 “인어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의 목소리를 값으로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청호 스님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최초로 읽은 구도자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동화 속에 인어공주야 말로 도를 얻기 위해 몸을 버린다는 ‘위법망구(爲法亡驅)’의 길을 스스로 택했기 때문이다.

<인어공주의 길을 가다>는 어렵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산문집이다.

한 번은 스님이 길을 지나다 ‘하얀 금’이라는 소금가게 이름을 보며 생각했다. 하얀 금이라고 쓸 때 한자는 흴소(素)를 써야 하는데 여기에는 ‘본디’라는 뜻도 있다.
스님은 ‘본디 금’을 생각하며 스님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소금도 생각했다.

스님은 “이념이나 사상이 확고한 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때로는 소금을 절여둔 음식처럼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진정한 현자는 오히려 평범해 범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한다. 정신을 썩지 않게 하던 소금기는 빠지고 본디 금만 남은 사람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스님의 산문집은 가르치는 글이 아닌, 무신경하게 지나쳤을 법한 일상의 소재들로 불경보다 쉽게 깨달음을 준다.

인어공주의 길을 가다|청호 지음|천년의시작 펴냄|1만20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3-08 오후 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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