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일요일, 온 가족이 함께 수락산에 갔다. 계곡물은 아직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지만 햇살과 바람은 봄기운이 가득했다. 등산객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보였다.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는 산이지만 어느새 봄이 저만큼 다가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봄이 오면 경치 좋기로 이름난 전국의 산들은 사람들의 발길에 몸살을 앓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산 깊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크고 작은 문화재를 하나둘 이상은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고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사찰을 찾는다. 그러나 사찰 주변의 숲 환경은 과거에 비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정부의 개발지상주의 정책과 대형 불사 같은 불교 내부의 요인 등으로 사찰 주변의 숲 환경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사찰생태연구가인 저자는 사찰 숲 환경 파괴를 막고,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숲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사찰 숲의 현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108사찰 생태기행-산사의 숲’ 시리즈가 그것인데, 이 책은 그 다섯 번째 결과물이다. 파주 보광사, 수원 용주사, 서산 개심사, 공주 마곡사, 구미 도리사, 달성 용연사, 청도 운문사, 울산 석남사, 장흥 보림사, 진도 쌍계사 등 10개 사찰의 숲을 살펴보고 있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혹은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사찰 주변의 숲과 개울에는 어떤 나무와 풀이 자라고, 무슨 물고기가 살고 있는지, 어떤 동물과 곤충들이 사는지 사랑의 눈으로 살펴보라고 권한다. 사찰은 물론 주변 숲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즐거움과 여유를 되찾아 보라고 한다. 자연을 생각하고 산사의 숲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인 셈이다.
덕분에 나도 책을 읽으며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모습을 처음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도 신기해 추위도 잊고 한참을 멈춰 서서 그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오래 전, 겨울의 끝자락 눈 덮인 법흥사 숲길에서였다.
강지숙/ 서울 상계동에 산다.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남자아이를 키우며, 세상 일에도 관심이 많은 주부다.
산사의 숲, 생명을 품다|김재일 지음|지성사 펴냄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