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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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본, 객관적인 철저한 고증이 연구의 생명”
오치아이 토시노리 교수, 금강대 불교문화硏 세미나서 특강
불교사본은 종이를 비롯해 면 나무 대나무 돌 기와 금속 등 다양한 기록매체에 기록된 불교전적을 말한다. 부처님 당시의 원본 문헌을 대신한 불교사본은 불교학 연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될 만큼 학술적ㆍ역사적 가치는 크다.

이런 가운데 국제적인 불교문헌학 연구 권위자인 일본 국제불교학대학원대학 오치아이 토시노리 교수가 ‘동아시아에 있어서 불교사본의 연구현황과 연구방법’을 주제의 특강에서 불교문헌학 연구의 노하우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오치아이 교수는 2월 22일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소장 김천학)이 천태종 관문사에서 ‘동아시아 고대 불교사본의 연구현황’을 주제로 개최한 초청강연회에서 강연했다.

오치아이 토시노리 교수는 “사본 연구에 있어 가장 긴요한 방법은 실물을 직접 손에 갖고 조사하는 것이지만 문화재적 가치 등으로 대부분의 사본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치아이 교수는 돈황사본을 예로 들었다. 현존하는 다수의 돈황사본은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프랑스국립도서관, 중국국가도서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양사본연구소 등이 소장하고 있다. 이들 사본에 대한 일반연구자의 열람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오치아이 토시노리 교수는 “돈황사본을 소장한 다수의 기관에서 학예원(Museum Curator)이 갖는 권한은 막강하다”면서 “돈황사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학예원이 인정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각 소장처만의 돈황사본 보관 규칙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영도서관이 소장한 돈황사본인 스타인본의 대부분이 권자본(卷子本)이지만, 이를 보관하기 위해 대영박물관이 짜 맞춘 특별한 상자에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불교사본의 연구방법에 대해 오치아이 교수는 “선행연구 조사와 더불어 불교사본의 실천적인 연구방법도 준비돼야 한다”며 “연구방법 준비에 조사 성공의 성패가 갈려 있다”고 주장했다.

오치아이 토시노리 교수는 “①조사할 문헌과 선행 조사된 개별 문헌 목록을 입수해 기존 목록에 게재되지 않은 책을 중요점검 목록으로 기록하고 ②사전, 연표, 카메라, 노트북 등을 준비해 사본 하나하나를 철저히 조사해 필요시 촬영과 DB화하고, ③촬영된 연구용 사진을 바탕으로 <대정장> 등 활자본과 비교검토 해 그 내용을 다시 새기는 번각(翻刻) 작업을 거쳐 관련 논문을 탐색하고 사본을 윤독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치아이 교수는 “문헌의 실제 연구에서 편견을 두게 되면 새로운 사본이 눈앞에 놓여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조사에서 예견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23일까지 이어진 행사에서는 일본 국제불교학대학원대학에서 오치아이 교수의 지도를 받은 연구원들이 발견한 문헌들이 최초로 소개됐다.

미나미 히로노부 연구원이 발견한 <무량수경술기>는 일본 미노부분코(身延文庫)에 소장돼 온 고사본에서 찾아낸 신라 의적 스님의 저술이다. 의적 스님은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알려졌으나, 현존하는 저서는 2부에 지나지 않았다.

또, 동 연구원인 띵위엔(定源) 스님은 대영도서관의 미정리 돈황사본에서 발견된 원효 스님의 <기신론소>를 찾아냈다.

오치아이 토시노리 교수는 “의적의 <무량수경술기>는 본서가 일본 학승의 책상에서 사라진 800년만의 발견”이라며 “이번 <무량수경술기> 발견으로 신라불교에 대한 연구가 깊어질 것”이라 말했다. 이어 오치아이 교수는 “돈황사본에서 원효의 <기신론소>가 발견된 것은 원효의 사상이 중국불교에 직접 영향을 준 증거”라고 강조했다.

오치아이 교수는 “돈황사본과 일본 내 문헌들에서 신라불교 저술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며 “사본을 통한 동아시아불교 연구가 인문고전학의 부흥으로 이어짐에 한국 신진 연구자들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동섭 기자 | cetana@gmail.com
2010-02-26 오후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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