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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 관리체계 원점부터 다시 살펴야”
은해사 말사 대구 대성사, 철거 10년 만에 사실 드러나
대구 중구 유일의 전통사찰인 대성사가 철거ㆍ신축된 사실이 10여 년이 지나서야 밝혀져 전통사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영천 은해사 말사인 대구 대성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광문사터이다. 1993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관광부)로부터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라는 역사ㆍ문화적 가치가 높이 평가돼 전통사찰로 지정됐지만 2002년 철거ㆍ신축됐다.

전통사찰이 철거돼 2003년 새 건물이 들어서고, 2007년 국채보상운동 기념비가 세워지고서도 대구시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다.

전통사찰보존법 등 현행 법규상 전통사찰은 철거하려면 화재 등으로 전통사찰이 역사적 의의나 문화적 가치를 상실했다고 판단될 때 시ㆍ도지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전통사찰 지정을 해제한 후 철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성사는 은해사 측에서 별도의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철거했다.

이에 대해 은해사 측은 “당시 건물이 심하게 노후화돼 관리가 안 될 지경에 이르러 철거시킨 것으로 안다. 은해사에서 대구시에 요청이 있었을 것 같지만 정확한 과정은 알 수 없다. 특히 (공구상가가 위치한) 주변 환경 때문에 철거는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은해사 측은 “대구 대성사 철거 당시의 진행 과정은 전전임 은해사 주지인 법의 스님 때 이뤄진 것으로 지금으로서는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난처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전통건물 양식의 대성사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아 철거했다는 은해사측 주장은 억지”라면서 “견지동 조계사를 비롯해 숭인동 청룡사 등 도심 전통사찰 중 현재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건물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전통사찰을 훼손해도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느슨한 처벌 조항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구 중구청 문화관광과 허동정 주임은 “(전통사찰이라 해도) 소유자가 정리한 것을 법적으로 강제 조치할 방법이 없다. 관계법에도 과태료 처분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문화재계에서는 “그나마 전통사찰이나 돼서 과태료 처분 조항이라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문화유산위원장은 “근대 등록문화재이던 서울시청이 2008년 백주대낮에 철거된 사례만 봐도 문화재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며 “이번 대성사 사건은 전통사찰이 문화재관리의 사각지대임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

대성사 사건은 전통사찰 관리의 법률적 허점과 함께 대구 중구청, 대구시,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할 행정기관의 부실한 관리 체계가 원인이다. 특히 신축된 대성사의 준공 검사 때도 중구청이 대성사의 철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허 주임은 “신축 당시 건축허가 관련 부서에서는 대성사가 전통사찰이었다는 것을 알 수 없어 준공신고가 났다”고 해명했다.

중구청 내 관련 부서 뿐 아니라 대구시와 중구청간의 전통사찰 관리 체계와 소통에도 문제가 있다. 10여 년 전 ‘자치단체 사무위임규칙’에 따라 대구시에서 중구청으로 전통사찰인 대성사 관리가 위임됐지만, 정작 위임 범위는 포괄적으로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성사 건의 해결을 두고, 중구청은 대성사의 전통사찰 지정 해제가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올린 상태이다. 반면에 은해사 측은 대성사의 전통사찰 지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해사 전진우 총무부장은 “대성사의 건물만 새 것이지 현판, 탱화 등은 전통사찰로 지정됐을 당시의 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며 “대성사의 전통사찰 지정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돈관 스님은 “은해사를 비롯해 관계기관 등에 모두 책임이 있지만 이제와 소재를 밝히는 것은 무의미 하다”며 “현재로서는 대구 대성사의 정상 복구는 불가능하다. 중단됐던 기와불사를 통해 현대식 건물인 대성사를 여법하게 장엄하고, 대구시와 협의해 인근 부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여 전 사라진 대성사는 사찰의 그릇된 전통사찰 관리 마인드와 관계당국의 책임회피식 떠넘기기 행정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교계 안팎에서는 “이번 대성사 사건이 전통사찰 등 문화재 전수조사의 계기로 삼아 문화재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동섭 기자 | cetana@gmail.com
2010-02-26 오후 10:05:00
 
한마디
불자 숭인동 청룡사도 힘들지요. 주변지역은 자꾸 재개발되어가는데 주위엔 교회만 들어서고 아파트가 들어서니 신도가 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고...낙산 청룡사 옆에 살면서 저도 고통을 느낍니다.
(2010-03-02 오후 7: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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