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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짐이 무슨 짐인가요?”
“출가하는 짐입니다.”
“다시 풀 수 없나요?”
“장부의 결심인데 어찌 그리 할 수 있겠습니까!”
출가를 결심한 스님이 이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의 만남에서 나눈 대화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이 대화는 책의 저자인 법광 스님의 실화이다. 크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스님들에게도 이런 아련한 추억담이 있었다니, 굳이 책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스님의 성품이 느껴진다.
불가(佛家)에서는 참선하는 스님을 일컬어 ‘선객(禪客)’이라 말한다. 나그네를 뜻하는 이 말은, 아마도 어느 곳에도 매이거나 집착함 없이 정진하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스님은 선객이란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지는 노을에도 가슴이 설레인다”고 말할 만큼 스님의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같다. 그렇기에 자신의 수행담을 영사기가 돌아가는 오래된 영화관에서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련하고 애틋하게 풀어놨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스님의 글들은 자연스럽게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그 파장이 읽는 내내 따뜻한 전율로 다가오게 한다. 눈에 띄게 특별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책 같으면서도,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옛 사랑의 향수가 묻어나는 스님의 수행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선(禪)적이다. 어려운 말들로 한껏 풀어놓은 재미없는 수행담이 아닌, 사람이 그립게 만들고,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이야기들로 감동을 선사한다.
선객(禪客)|법광 스님 지음|한걸음더 펴냄|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