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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한 아담한 가게. 주변의 낙후된 주거시설과는 대조적으로 산뜻한 간판과 밝은 조명 아래 식품들이 진열대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쌀 라면 빵 커피 등 주식과 기호식품부터 치약, 비누 등 생필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마켓’이라는 간판을 보고 일반 수퍼마켓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곳 제품은 모두 무료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
송파푸드마켓은 송파구청에서 개소해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이사장 각현)이 위탁운영중인 송파노인복지센터가 관리하고 있다.
송파푸드마켓 개소 때부터 한 달에 한번 방문해 물품을 구입한다는 김모(79ㆍ여) 어르신은 “필요한 물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2년 전부터 다니고 있다. 치약이나 비누 등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쓰니까 참 좋다. 갈 때마다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푸드마켓은 기업체나 단체, 시민들로부터 음식이나 생필품 등을 기탁 받아 일반 수퍼마켓처럼 진열해두면 이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자유롭게 물품을 선택해가는 상설 무료 마켓이다.
취급 물품은 쌀 라면 참기름 음료수 설탕 식용유 등 보관이 가능한 가공식품과 농수축산물, 생활용품 등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는 회원카드를 발급받아 월 1회 3만원 한도 내에서 5품목을 가져갈 수 있다. 쌀 2㎏ 한 봉지는 1품목, 라면은 3개가 1품목으로, 두 가지를 하나씩 구입하면 2품목이 된다.
서울시가 2003년부터 실시중인 푸드마켓은 기존 푸드뱅크의 단점을 보완한 시설이다. 푸드뱅크는 1967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프랑스, 독일 등 사회복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한국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던 1998년부터 시작돼 현재 전국적으로 367개의 푸드뱅크가 운영 중이다.
푸드뱅크는 사회복지 단체 및 시설에 기부식품을 직접 전달하는 제공자 중심의 서비스 지원방식이라 기부 받은 식품들은 복지시설과 단체에 일괄적으로 배분됐다. 이러다 보니 실제 이용자가 원하는 식품과 푸드뱅크가 제공하는 식품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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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푸드마켓에서는 상설 매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종류의 물품을 갖춰 이용자가 직접 방문해 원하는 물품을 선택할 수 있다.
푸드마켓은 현재까지 서울 25개구 지역에 분점을 포함해 27곳이 운영 중이다. 전국적으로는 82개 소가 설치돼 각 자치구가 운영하고 있다. 송파 푸드마켓에는 18개의 기업ㆍ단체 기탁자와 개인기탁자 3명이 등록돼있다. 이들은 기부를 함으로써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세액공제,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기업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월 2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송파푸드마켓에 후원하는 오름푸드시스템 이정훈 대표는 “물품을 폐기하면서 들었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 전부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인데 버려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까웠는데 좋은 일에 쓰이고 있다니까 기분도 좋고 뿌듯하다”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후원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푸드마켓에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저소득층이 무료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푸드마켓ㆍ푸드뱅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관들은 경기침체로 공급처를 발굴하지 못해 후원물품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인들의 기부 참여가 가능한데도 홍보가 부족해 지역 공공기관, 대형 마트 등에 설치된 물품기탁함은 대부분 텅 비어있는 상태다.
전성진 송파푸드마켓 담당 사회복지사는 “오뎅을 찾는 이용자분들이 많아 오뎅을 생산ㆍ납품하는 업체에 일일이 기부요청 메일을 보내 본적도 있다. 하지만 푸드마켓이 무엇인지 잘 모르더라”며 “일반인들도 푸드마켓에 대해 많이 알게 돼 기부, 후원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이웃들이 나눠 가질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의 동참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