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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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는 배고픈 자에게 전하는 음식"
계룡 무상사서 동안거 해제 앞둔 대봉 스님

봄비가 대지를 깨우고 있었다. 혹독했던 지난 추위가 한 순간에 풀렸다. 기축년 동안거 해제를 3일 앞두고 2월 25일 충남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스님들이 방부를 열었다.

뭇 중생들의 깨침을 위한 준비는 완료 상태였다. 3개월 동안거 동안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눈 푸른 납자 무상사 조실 대봉(大峰) 스님의 눈은 백호의 푸른 눈보다 빛나고 있었다.

1984년 출가 후 결제를 한 차례도 놓치지 않고 이어 온 대봉 스님에게 해제와 결제는 어떤 의미일까?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쉬는 것입니다. 배고픈 자가 있으면 음식을 주는 것이고 고통을 받는 자가 있으면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결제는 이러한 것입니다.”

맺힌 곳이 있으면 풀고, 풀린 곳이 있으면 맺는 것이 해제와 결제라는 말이다. 대봉 스님은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로 대답을 이어갔다.

“만약 가슴 속에 ‘나’라는 것이 있으면 결제와 해제는 다른 의미입니다.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다면 결제와 해제는 다 같은 것입니다. 안거를 직접 체험해보십시오. 나 자신을 맛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마음 없으면 ‘할 뿐’이라는 마음으로 수행을 해야 합니다.”

대봉 스님은 1950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스님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대한민국의 현재가 다르지 않음을 지적했다.

스님은 “ 요즘 젊은이들은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마음은 여전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이 만연해 있다”며 “경제적 풍요로도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은 내 자신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참 본성을 깨닫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명상은 언뜻 먼 나라 이야기 같아 보인다. 그래서 늘 불교와 현대사회의 괴리감은 지속되고 있다. 대봉 스님은 이 괴리감을 간단하게 풀었다.

“오직 모를 뿐입니다. I don''t know에서 ‘I(나)’를 내려놓으십시오.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는 것이 경쟁의 마음입니다. 김연아와 아사다마오의 경기에서 두 선수는 모두 잘했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아니라 나는 꼭 이겨야한다는 승부욕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대봉 스님은 “승부와 경쟁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승부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다. 현대인들의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참모습을 얻고 나서의 경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정한 승부와 경쟁은 무심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진정한 승부와 경쟁, 내 마음의 집착 마져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온 중생들의 미혹함을 지적하는 말이다.

대봉 스님은 숭산 스님과의 추억을 통해서 아놀드슈왈츠가 나오는 영화보다 영화 ''로키''처럼 승리와 실패의 맛을 여러 번 맛보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설명했다.

대봉 스님에 이어 주지 대진(大眞) 스님이 ‘안거’의 의미를 설명했다.

“수행은 특별한 의미를 찾는 행동이기에 앞서 수행 그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밥 먹을 때는 밥 먹을 뿐이고, 좌선할 때 좌선할 뿐, 108배할 때 108배 할 뿐입니다. 안거 후 수행자는 여러 중생들에게 맑고 깨끗한 정신을 베푸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 개산 10년이 된 무상사는 반듯한 사격을 갖추고 있다. 대웅전, 선원동, 요사채를 비롯 최근에는 산신각도 지었다. 하지만 10년 전과 지금, 무상사 대중의 수행 정진은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진 스님은 “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지도하고 나란 누구인가’ 수행자로 해야 하는 것은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고 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직 모를 뿐’인 것이다.

대봉 스님은 공안을 통한 깨우침을 중시했다.

스님은 “공안은 수행자에게 올바른 수행방향을 갖게 하고, 지혜를 증진시킨다”고 말했다.

“공안은 지식이 아닙니다. 지혜는 탐진치에 가려 드러나기 힘들다. 공안 인터뷰는 지혜의 발현을 돕습니다. 지혜가 발현이 곧 선선수행의 생활화입니다. 각자의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선수행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삶속에 살아있어야 합니다.”


무상사는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고자하는 내ㆍ외국인, 승려, 수녀, 일반 재가자들의 수행공간이다. 무상사에서는 한국의 여느 선원과 같이 해마다 2번의 안거가 진행된다.

수행정진은 종교와 관계없이 이뤄진다. 불자라면 100% 불자로 선 수행을 하고 기독교인이라면 100% 기독교인으로 수행을 하라는 것이 이곳의 기본 가르침이다. 종교도 국적도 초월한 곳이 무상사다.

한국에서도 계룡산의 특별한 기운은 유명하다. 이 기운은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로 강하게 다가갔다. 한번 이곳을 왔다간 이들은 무상사 만의 특별한 기운과 한국인들 특유의 정감이 좋아 출ㆍ재가 수행자들이 매년 끊임없이 찾아들고 있다.

올해는 스님 11명, 재가자 내ㆍ외국인 재가불자 70여 명이 동안거에 참여했다. 동안거 결제 하루는 새벽 3시 도량석으로 아침을 깨웠다. 한국 전통 선방과 다를 것이 없었다.

매일 좌선 10여 시간, 108배, 아침예불, 차담이 진행됐다. 화요일과 금요일은 선문답 시간이 진행됐으며 일요일 한차례 대봉 스님의 법문시간도 마련됐다. 주말에는 주말 수행 정진 수행자도 함께했다.

다양한 국적의 수행자들이 모이기에 선문답 시간은 ‘재미난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뉴질랜드를 비롯해 체코, 이스라엘, 남아프리카, 스페인, 폴란드 등 숭산 스님 때부터 형성된 국제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국가에서 참여를 한다.


대진 스님은 “영어도 못하고 한국도 못하는 러시아ㆍ중국인 등 들은 별도의 통역자가 필요하다. 통역을 해도 서로 뜻을 주고 받기 위해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상사 선문답 시간은 유난히 길다. 영어, 한국, 러시아, 중국어 공안집을 마련해 놓고 외국인들에게 참선 지도를 하고 있다.

한편, 대봉 스님은 안거 이후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가르침을 실천하러 떠난다. 3주간은 미국에서, 2주간은 유럽에서, 그 후 1주일은 러시아 선원에서 참선지도와 함께 봉축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이상언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02-25 오후 12:50:00
 
한마디
불자 이제 안거동안 깨달은 바가 있으면 만행기간동안 전법을 좀 하세요. 혼자만 깨달으면 뭐합니까?
(2010-02-26 오후 2: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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