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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에 동백꽃을 보러 강진 백련사를 찾은 적이 있었다. 겨우내 불어댔을 바닷바람은 멀리 강진만으로 돌아간 듯했고, 도량엔 봄바람이 새살처럼 돋아나고 있었다. 숲에 들어서자 검푸른 나뭇잎 사이로 붉은 동백이 보였고, 오솔길엔 먼저 핀 꽃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걸을수록 숲은 깊어졌고, 숲이 깊어질수록 숲 밖에 두고 온 모든 것들이 숲처럼 깊어갔다. 사람들은 그 ‘깊어진 것들’을 만나기 위해 숲을 걷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숲을 나설 때 쯤 부도 하나를 만났다. 겨우내 목탁소리 와서 맺히고, 겨우내 드나든 사연들 맺혀서 틔운 백련사 동백꽃은 다시 돌이 되어가고 있는 부도 앞에 쓰러져 붉은 흙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