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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법사와 세 명의 제자들이 펼치는 모험담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는 <서유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수의 애니메이션과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우리에겐 익숙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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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년 넘게 오랫동안 대중적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이 환상적인 스토리는 <삼국연의> <금병매사화> <수호전>과 함께 중국 4대 기서(奇書)로 불리며 동양적 판타지의 정수를 보여준다.
<서유기>는 명나라 당시의 암울한 정치와 도교를 우회적으로 풍자하며, 낭만과 재치가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하게 꾸며졌다. 하지만 유쾌하고 재치 가득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서유기>는 여태껏 원서에 충실한 완역판으로만 출판돼, 소위 ‘전문가용’에 그쳐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번 새로 발간된 <서유기>는 총 3권으로 구성돼, 1백 회에 달했던 ‘완역판’ 중에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간추려 45회 분량으로 엮었다. 한시(漢詩)와 주석(註釋)이 많이 붙어 읽기 불편하고 어려웠던 책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젊은 독자층에 맞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또한 책의 내용 중간 중간에 삽화를 삽입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래 <서유기>는 중국 당 태종 즉위 3년(서기 623년)에 현장 스님이 인도로 가 불교를 배우고, 불경을 중국으로 들여와 전파하는 과정에서 탄생됐다. 현장 스님은 여행가이며, 불경 번역가, 불교 학자였다. 스님은 인도 여행의 이야기를 책으로 저술해 당 태종에게 바쳤는데, 이것이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행문인 <대당서역기>이다. 훗날 스님의 제자들은 <대당서역기>를 승려와 신도들을 가르치는 교재로 만들어 전파했는데, 차츰 이야기에 상상적인 내용이 덧붙고, 기이하고 독창적인 에피소드들이 생기면서 <서유기>로 탄생하게 됐다.
이렇듯 <서유기>는 다채롭고 풍부한 내용들이 예술적 픽션으로 더해져 방대한 스케일의 장편소설로 엮여지게 됐다. 이제껏 이런 <서유기>의 긴 분량과 어려운 해설에 주눅 들어 탐독하고 있지 못했던 독자라면, 새롭게 풀어 엮은 <서유기>를 통해 새로운 환상의 판타지 소설을 감상해 볼 수 있다.
서유기|오승은 지음·임홍빈 편역·김종민 그림|문학과지성사 펴냄|각 권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