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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만 생각하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어요. 제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은 바로 전통춤을 추는 일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과거, 사람들의 인사가 주로 “식사는 하셨어요?”였던 것이 요즘은 “하시는 일은 할 만하세요?”로 바뀌었다. 이 인사에는 “살기는 어렵지 않느냐”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사느냐” “당신도 나처럼 힘든 상황이냐” 등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만큼 세상 살기가 각박해 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인사법은 바뀌기 마련이라지만 “하시는 일은 할 만하세요?”라는 질문은 인사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모두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한국전통무용계의 신예인 윤송미(47)씨는 이런 질문에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그녀는 무조건 ‘예스(Yes)’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학예회 때 처음 한국무용을 접했어요. 그 후 계속 마음 한켠에 한국무용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죠. 무용을 늦게 시작하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애착이 가요. 이제는 무용이 제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이런 윤씨에게 한때 무용은 단지 TV속에 나오는 동경에 대상에 불과했다. 윤송미씨는 과거 15년 이상을 직장생활과, 의상코디네이터, 사업을 전전하다 8년 전 한국전통무용의 길에 들어섰다.
“손동작 하나하나, 춤사위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하겠더라고요. 나도 저런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임 간절했죠. 그래서 모든 일을 접고 춤추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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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매일 4~5시간을 춤 연습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08년 대구살풀이춤의 이수자가 됐다. 6년 이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춤 연습에 매진한 윤 씨는 짧은 무용경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원로무용수들과 나란히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고 있다.
결국 윤 씨의 실력은 최고의 춤꾼만 찾아 공연에 올리기로 정평이 난 동국예술기획 박동국 대표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윤송미씨는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명인명무전’에서 대구살풀이춤을 선보이며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박동국 대표는 “윤송미씨가 처음 춤추는 것을 보고, 굉장히 영리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춤에 대한 몰입과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며 “앞으로 전통무용을 하는 신예 중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라고 소개했다. 이에 윤 씨는 “춤을 추게 된 것도, 박 대표님을 만나 무대에 오르게 된 것도 모두 인연법에 의한 것”이라며 자신의 실력에 대해 겸손해 했다.
“첫 무대에 올랐을 때의 그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충청도의 한 선원에서 독거노인 분들을 대상으로 공연할 때였는데, 제 공연을 보고 예쁘다고 해 주시던 스님과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윤송미씨는 현재 신년 정월 대보름을 맞아 동국예술기획과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이 함께 기획한 ‘제31회 한국의 소리와 몸짓 ‘오늘이 오늘이소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윤송미씨의 춤사위가 무대를 수놓을 ‘오늘이 오늘이소서’ 공연은 2월 27일 오후6시 30분 서울 서대문문화회관 대극장 열린다. 전석 1만원. (02)360-8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