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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SBS 뉴스에서는 부산 기장의 한 사찰이 계곡 암벽을 뚫어 동굴 법당을 만들고 계곡까지 마구잡이로 개발하는 사례가 보도됐다.
한국불교 1번지인 조계사도 8각10층세존사리탑과 사적비 건립 등 잦은 불사로 도량의 균형이 틀어진 지 오래다.
사패산ㆍ천성산 등부터 최근 4대강 사업 반대까지. 자연 및 수행환경 보존을 위한 불교계의 노력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균형을 잃은 불사나 사찰에 의한 환경훼손 사례가 불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에서 ‘중창불사’ ‘대작불사’라 불리며 성행하는 불사가 사찰환경 훼손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최용춘)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국내 사찰환경개선의 대안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서 홍광표 동국대 사찰조경연구소 소장은 주제발표 ‘사찰환경 개선방안 연구’에서 “무분별한 불사가 사찰 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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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를 위해 홍 소장은 1월 19일~2월 2일까지 전국 사찰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새로운 건물의 건축(16.1%)과 진입로와 마당(15%), 차량도로(12.8%) 등을 사찰 경내의 환경훼손 유형으로 지목했다.
사찰에 지어진 석조물의 문제점으로는 분위기나 격식에 맞지 않는 석등이나 탑(25%), 과거와는 다르게 다듬은 석재(22.2%), 벤치 등 휴게시설(17.2%)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사찰환경 훼손이 사찰에 주석하는 스님, 종무원(27.8%)과 사찰 신도(19.4%), 관광객(14.4%) 순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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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소장은 “설문결과는 탑과 석등이 신앙의 대상이라고는 해도 사찰에 전승된 형태가 아닌 것은 환경훼손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단과 석단도 전통적이지 않으면 환경훼손의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홍광표 소장은 “중창불사를 통해 새로운 건축물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통사찰 경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며 “현재 전통사찰에서는 석축만 변경하려해도 현상변경 심의가 필요한데 이런 법규만 잘 지켜도 사찰환경 훼손은 어느정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계의 사찰환경 훼손에 대한 낮은 인식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홍 소장은 “설문 결과 ‘사찰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자는 38.9%였으나 ‘문제가 없다’(23.7%), ‘모르겠다’(21.7%), ‘관심없다’(8.3%) 등의 응답이 상당수를 차지했다”며 “불자들조차도 사찰환경 훼손에 대한 관심이 낮은 만큼 대국민 홍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템플스테이의 활성화가 사찰환경 훼손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홍 교수는 “템플스테이 실시 사찰마다 내방객의 편의를 위해 숙박시설과 화장실을 신축하고 도로를 포장하고 있다”면서 “전통사찰의 수용용량을 초과한 무분별한 시설물 증축이 사찰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준 우석대 교수도 해인사 구광루를 예로 들며 잘못된 불사에 의한 사찰환경 훼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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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수는 “해인사 구광루는 과거 누하진입 공간이었으나 불사를 통해 좌우 계단진입형태로 바뀌어 옛스러움이 사라졌다”며 “누하진입 형태인 영주 부석사 안양루가 주는 경관미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라 설명했다.
정기호 성균관대 교수는 “사찰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철거와 환원’의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며 “마구잡이로 덮어진 콘트리트 도로포장과 경계부를 원래의 모습 또는 자연스러운 마감으로 되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사찰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스님과 종무원부터 사찰환경에 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불사에 앞서 전문가 조언을 구하거나, 조계종 총무원에 (가칭)불사위원회를 구성하면 불사 전 심의를 통해 사찰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마경>은 “곧은 마음이 도량이고 곧은 마음이 정토”라고 했다. 모두의 마음에 드는 도량을 가꾸기 위해서는 “잘못된 불사는 부처님 도량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의식부터 갖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