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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신 화백이 6년여에 걸쳐 완성한 천불도를 세상에 선보인다. 그가 그린 천불도에는 천 가지의 모습을 한 부처가 천 가지 표정으로 천 가지 말을 하고 있다.
백인 흑인 황인 등 인종을 망라한 부처, 윙크하는 부처, 안경 쓴 부처, 컴퓨터를 켜고 책을 읽는 부처 등 다양한 부처의 모습이 천불도를 통해 등장한다.
이 화백은 이번 천불도를 “위엄과 권위로 가득한 부처가 아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인간적인 부처, 순진무구한 부처, 우리 곁에 가까이 존재하는 ‘일산의 부처’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천불의 배경은 전통 문양부터 맨해튼의 마천루까지 동서양 고금을 넘나다는 도상을 그려 넣었다. 또한 화백은 오방색의 원색을 근간으로, 다채로운 간색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천불의 이미지를 창출해 냈다.
특히 이 천불도에서는 부처가 법구경을 수화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한 목소리의 절제된 화음이 아닌, 저마다 메시지가 분명한 활기찬 화음의 세계를 구현하고자 한 방도”라고 말했다
그의 이번 작품을 두고 경주대 문화재학과 정병모 교수는 “그의 선은 세련되지 않고 질박하다. 민화를 보는 듯 문인화를 보는 듯, 소박하지만 품위가 깃들여져 있는 그의 작품은 ‘일상의 부처’를 구현하기 위한 작가의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전통의 보이지 않는 규범을 과감히 깨뜨린 이번 작품은 한국 불교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조용하지만 강하고 제시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현존하는 세계의 불상을 통해 불상조각의 변천사를 회화로 재구성한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 등 불교국가의 대표 불상을 선별해 진리의 화신으로 표현한 불화도 45점도 출품했다. 이호신 화백의 ‘진리의 숲 천불만다라’는 2월 25일~3월 9일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02)734-7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