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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소리가 세 번 울렸다. 묶였던 발우포가 풀리고 진지(배식)가 시작됐다. 다시 죽비소리가 울렸다. 스님은 두 손으로 조용히 발우를 들어 올렸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어쩌다 발우공양을 보면 우리는 평소 너무 쉽게 먹고 쉽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 없이 스쳐가는 일상이 있음을 알고 나면 부처님 법은 귀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다시 빈 그릇으로 돌아간 발우 안에는 부처님 말씀이 가득했다.
사진은 2008년 3월에 있었던 몽운사 주지 지명 스님의 ‘세상을 담는 그릇 발우전’에 전시됐던 한지 공예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