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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입춘이 지났다. 겨울이 깊어지는 만큼 봄 또한 다가오고 있었다. 봄은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그 기다림은 계절의 연속성 속에서 다른 계절을 기다리는 그런 기다림과는 다른 의미의 기다림이다. 다른 계절의 기다림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습관적인 기다림이라면 봄에 대한 기다림은 당연히 올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급한 마음의 기다림이다. 달력에 표시된 입춘이란 두 글자는 조바심치며 참아온 기다림의 첫 번째 표시다. 아직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꽃이 피는 완연한 봄이 온 것은 아니지만 추운 겨울에 권태스러워진 마음 한 귀퉁이에는 이미 봄이 온 것이다.
이태 전 이른 봄에 서울에는 아직 피지 않은 봄꽃을 찍겠다고 남쪽으로 내려갔었다. 그리고 땅끝 마을 미황사의 돌담 위로 이제 막 꽃잎을 틔운 매화를 담아왔었다. 우리는 이토록 늘 애달프게 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