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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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기자의 불교사진이야기-20.사성선원

종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은 내려서 발끝의 길을 지웠고 발끝에서는 가야 할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높이를 낮추며 다가오는 산 끝의 기척이 돌아설 수 없는 발걸음에 지나간 시간을 묶었고, 눈발 끝에 묻어온 바람만 산 끝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눈 덮인 하얀 산이 더 이상 길을 보여주지 않자, 걸어온 길은 걸어온 길로 돌아가 버렸고 발끝에는 산 끝의 기척만이 남았다. 부설거사의 월명암이 있었고, 침묵의 힘으로 서있는 사성선원이 있었다.
수좌들이 잠시 비운 선방의 허공엔 가사 한 벌이 구름처럼 떠있고, 한생각 떠나보낸 좌복 위에는 어젯밤 자지 못한 죽비가 졸고 있었다.
박글ㆍ사진=재완 기자 | wanihollo@hanmail.net
2010-02-15 오후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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