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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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의 일미(一味) 주장은 근대일본 불교학의 산물”
권오민 교수, ‘문학ㆍ사학ㆍ철학’ 제19호서 주장

“불교는 결코 단일한 체계가 아니다. 부처님 교법은 도그마가 아닌 까닭에 아비달마(부파)불교를 거쳐 대승의 중관ㆍ유식ㆍ여래장ㆍ밀교로, 남방에서는 남방 불교로 티베트에서는 티베트 불교로, 북방에서는 천태ㆍ화엄ㆍ정토ㆍ선 등 다양한 형태의 불교를 꽃 피울 수 있었다.”

“대승불교는 부파불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출현했다”는 류의 진화를 거친 교학의 일미성을 주장하는 학문기조를 ‘구호’와 ‘선전’이 난무하는 것이며, 근대일본 불교학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권오민 경북대 교수는 최근 <문학ㆍ사학ㆍ철학> 제19호에 기고한 논문 ‘선전과 구호의 불교학을 비판한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권 교수의 논문은 계간 <불교평론> 1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김성철 동국대 교수가 발표한 ‘진화론과 뇌과학으로 조명한 불교’에서 비롯됐다.

김성철 교수는 발표에서 “불멸 후 500여 년이 지난 난삽한 아미달마 교학이 발달했다. 단순명료했던 초기불교였는데 인간의 언어와 생각으로 번쇄해졌다. 이를 단칼에 쳐버리는 것이 반야중관학의 공사상이다… 반야중관학에서는 후대에 덧붙여진 아비달마 교학의 군더더기를 털어 내기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권오민 교수는 “한국 불교학계가 특정 종학을 지향하는 집단이 아니라 객관적 ‘진실’과 ‘사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면 불교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는 해도 업신여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다른 교학을 업신여기고 아주 더럽게 생각해 돌아보지 않고 버리는 풍토에서 불교는 악의적인 구호와 선전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며, 각자가 추구하는 종학 또한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대승불교를 설명하면서 아비달마불교가 초기불교의 근본정신을 왜곡해 출현했다는 것이 그 예이다.

권오민 교수는 “혹자들은 ‘아비달마불교의 출가자들은 부패 타락했고, 폐쇄된 사원에서 공리공론의 번쇄한 희론에 몰두했다’고 비판한다면, 이론 중심이었다는 아미달마불교의 위빠사나 수행법이 현재 재가자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대승불교가 (아비달마불교 출가승단에 염증을 가졌던) 재가 보살교단에 의해 시작됐다는 견해는 히라카와 아키라(平川 彰)의 가설에서 비롯됐다. 이 가설은 현재 P. 해리슨 등 다수의 비판자로부터 “대승불교의 기원은 재가자가 아닌 전통 부파불교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됐다”는 도전을 받고 있다.

다른 비판자인 사사키 시즈카도 “대승불교 역시 부파불교의 연장선상에 나타난 출자가의 종교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모다 마사히로 또한 “처음에는 대승ㆍ소승 구분이 없었다. 전통 부파교단에서 발생 발전한 지속적인 경전 제작운동을 통해 대승불교가 성립됐다”며 “대승불교가 부파불교 내부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시모다는 “대승경전은 이전의 경전을 수용해 해석하고 새롭게 읽는 과정을 통해 종류와 분량이 확대됐을 뿐 ‘역사적 붓다’의 권위를 빌려 날조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권오민 교수는 “(이와 같은 세계불교학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불교학계는 대승불교를 기존 부파불교와 무관한 보살교단에서 비롯됐다는 히라카와의 가설을 상식처럼 여긴다. 대승경전도 기존(부파) 경전과 무관한 개인 견해나 작품이라는 근대 불교학 초기시대에 형성된 미확인 명제를 정설처럼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초기불교로 돌아가자’는 구호도 일본 불교학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오민 교수는 “태생학적 연기설로 일컬어지는 초기경전의 12연기를 부정하고 상의상관 연기설을 불타의 근본정신으로 파악해 일본 실대승(實大乘)의 근본임을 주장한 것이 일본의 국가주의 불교”라며 “일본에서 국가주의 불교학자로 평가받는 와츠지 데츠로를 비롯해 우이 하쿠주 등의 후학들로부터 ‘초기불교로 돌아가자’는 구호가 유래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권 교수는 현재 불교학계의 트렌트인 ‘쉬운 불교’를 비롯해 “초기불교가 쉽다, 단순하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일침을 놓았다.

권오민 교수는 “(초기교설인) 아함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무상’ 등이 아함의 취의이지만 아함의 모든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의 불교학은 대중과의 소통을 ‘이타’로 인식해 불교학을 대중적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어떤 한 종교의 체계가 특히 불교처럼 세계존재에 대한 통찰을 통해 구원(해탈=열반)을 추구하는 고등 종교가 <법구경> <숫타니파타>와 같은 잠언만으로는 성립될 수는 없는 것”이라 강조했다.

권오민 교수는 “종학이든 교학이든 구호와 선전은 ‘학(學)’이 아니다. 구호는 인간 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감정에 호소하려면 문학 음악 미술 등 다른 방편을 구하라”면서 “‘학’은 의심과 탐구에서 비롯되며 목적은 ‘진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교수는 “부파불교-대승불교 등을 잇는 교학 흐름에서 일미성(一味性)을 확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하나’에는 항상 ‘절대’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섭 기자 | cetana@gmail.com
2010-02-15 오후 8:29:00
 
한마디
불자 권오민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히라카와 아키라류의 교설을 믿고 있다가 권오민교수님의 말씀에 많은 감화받았습니다...
(2010-02-21 오후 6: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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