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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 음악 연주로 회향할래요”
고양호수실버밴드, 각종 대회서 상 휩쓸며 노익장 과시
평균연령 80세가 넘는 국내 최고령 밴드 ‘고양호수실버밴드’ 멤버들이 실버밴드 경연대회를 앞두고 연습하고 있다.

“오늘은 아파치(Apache)를 연습해 봅시다. 이건 아메리칸 인디언 음악이에요. 드럼이 말 달리는 듯한 소리를 내면 바로 그 다음 퍼스트기타가 화살이 ‘슝슝’ 날아가듯 기타를 치는 겁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음악에 심취해 마음 맞는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카피해 연주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악기 앞의 어르신도 학창시절 어설픈 아마추어의 실력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1월 21일 일산노인종합복지관(관장 능인) 대강당. 복지관 특별활동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고양호수실버밴드’의 어르신들이 단장의 지휘 하에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호수실버밴드는 평균연령 80세가 넘는 국내 최고령의 음악인 5인조로 구성된 밴드로 2001년 5월 12일 창단했다.

퍼스트기타를 맡고 있는 지연영(76ㆍ여) 어르신이 ‘베사메무쵸’ ‘폼나게 살거야’ 등 흘러간 옛 노래나 ‘범블부기’ ‘아파치’와 같은 연주음악을 듣고 음계를 딴다. 타칭 ‘한국의 루이 암스트롱’인 박정근(트럼펫ㆍ84) 단장은 각 파트가 연주해야 할 부분을 손수 악보를 그려 나눠준다.

실력파 어르신으로 구성된 호수실버밴드는 2001ㆍ2006년 노인여가 경연대회에서 대상 수상, 2008년 전국실버밴드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외부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왔다.

어르신들의 경력도 화려하다. 박정근 어르신은 해군 군악대 단원을 역임하고 공보부에서 주최한 작곡발표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베이스 주자로 활약하는 맏형인 정인섭(88세ㆍ남) 어르신은 한국노인악단 창단 멤버이자 새별악극단, 라미라 악단의 단원을 역임했다.

키보디스트는 문형철(85세ㆍ남)어르신으로 미8군 문화부공연단원출신에 국방부와 KBS 악단에서 활동했다.
5인조 밴드에서 빠져서는 안 될 파트가 바로 드럼과 기타. 고양호수실버밴드에서는 주요 파트를 여성이 맡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퍼스트기타를 맡고 있는 지연영(76세) 어르신은 여성 최초 악단인 ‘세븐시스터즈’의 창단 멤버다. 기술적인 반주기법이 필요한 일렉기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기타를 잡으면 쉬운 연주가 된다. 조병진(72세) 어르신은 여고시절 밴드 리더로 활약했다.

왼쪽부터 정인섭(베이스) 문병철(키보드) 조병진(드럼) 박정근(트럼펫) 지연영(기타) 어르신.

이들은 2001년 창단 이후로 크고 작은 행사, 사회복지시설 및 복지관에서 200여 건이 넘는 초청 공연과 위문공연을 해왔다.
실버호수밴드 활동은 멤버 어르신들에게는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기억을 남겼다. 박정근 어르신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줘 즐겁게 한다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해주고 기쁘게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연영 어르신은 “위문공연을 갔을 때 옛 노래를 들으며 회상에 젖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잘 들을 수도 없는 곡들을 연주해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때 보람 있다. 남은 인생을 음악에 걸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은 180여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특화된 사업이 고양시실버호수밴드를 포함한 한뫼누리예술단이다.

한뫼누리예술단은 복지관 내 단순 여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던 동아리사업을 전문화된 예술단으로 재구성해 재능 있는 노인들의 전문성을 계발, 이를 통해 새로운 노인여가문화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05년 창단한 예술단은 고전ㆍ현대무용, 합창단, 풍물, 에어로빅, 아코디언 등 각 분야의 기능을 소유한 어르신으로 공연팀을 구성해 무료공연을 하고 각종 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휩쓸고 있다.
이 밖에 복지관은 호수문화대학(3년제), 복지문화대학원(2년제)을 설립해 여가, 교육, 현장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고령자 복지향상 및 평생교육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복지관은 기존의 타 노인대학과는 구별되는 3년제 정규대학의 체제를 도입해 프로그램의 차별화ㆍ전문화를 추구함으로써 실질적인 삶의 질을 꾀해 지역사회 복지향상 및 평생 교육의 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21세기 신개념의 고령자중심 문화 복지를 구현하는 만큼 복지관은 전국 최대 이용률을 자랑한다.
능인 스님은 “2009년 1월 10일 조사한 결과 복지관 이용자는 2만1750명, 일일 이용인원은 2800여 명으로 전국 최고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며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 제공을 통한 차별화ㆍ고급화ㆍ전문화로 전국 노인복지관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은 1월 13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발표한 경기도 노인복지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가장 높은 점수로 최우수 노인복지시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2-11 오후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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