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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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당은 산소방, 쉬러 오세요
건국대 불교법당, 법경 스님
법경스님이 어린환우에게 초코릿을 나눠주며 위로하고 있다

“기자님, 일루 좀 와서 이것 좀 해봐요. 이 그림을 이 화면에다가 옮기고 싶은데 잘 안돼네.”

건국대학교 병원 법당(지도법사 법경)에 들어서 스님에게 합장을 하자마자, 스님은 대뜸 컴퓨터로 문서작성을 하던 것을 가리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단순한 문서작성까지 스님이 손수 하시냐는 질문에, 스님은 “그럼, 내가 다하지, 나 진짜 바쁜 몸이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님의 그런 투정어린말투에는 전혀 싫은 기미가 묻어나 있지 않았다.

5평 남짓한 건대병원 법당은 가톨릭과 개신교 등 다른 종교시설과 함께 옹기종기 붙어있다. 불상이 조성돼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해 보이는 좁은 법당 내부에는 벽 한 쪽에 건물기둥이 박혀있어, 공간을 활용하기에 더욱 불편해 보인다.

“처음엔 왜 다들 안쪽 사무실을 쓰나 했지. 알고 보니 구석에 기둥이 있어서 그렇더군요. 근데 난 이방이 제일 좋아요. 왜냐면 여기 문을 열면 사람들 지나다니는 게 다 보이거든. 사람들이랑 자주 인사하고 말할 수 있는 위치인데 왜 다들 이 자리를 싫어했는지 몰라요.”

스님의 이러한 태도와 말투는 정말 ‘쿨’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태연했다. 겉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다가 아님을 몸소 보여주고 계셨다.

“나는 다른 종교시설이 어떤 일을 하던 상관하지 않아요. 그냥 내 방식대로 법당을 꾸려나가죠. 다른 종교에 비해 봉사자들도 턱없이 모자라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법당을 일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힘들고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개신교 신자였던 유석창 박사에 의해 건립된 건국대 병원은, 기독교 사상이 많이 배어있어 스님이 불교법당 지도법사로 일하기에 여러 가지로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처음 스님이 병원법당을 꾸려나갈 시절에는 병원장, 직원 등 병원에 관계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신교 신자라 스님이 활동하는데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어요. 의학적인 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병원내 사람들 대부분이 개신교 신자라 힘들었죠.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제 방식대로 병원법당을 꾸려나갔어요. 어떤 시스템이나 방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저 나름대로 ‘룰루랄라’하며 법당일을 해왔습니다.”

개신교 신자들 틈에서 스님의 법당일은 더욱 특별해 보일 것 같지만, 오히려 스님은 “별다른 노하우가 없다”고 설명한다. “남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라고 답한다.

법경스님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스님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병원법당을 꾸려나가는데 플러스가 됐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환우들과 병원 일에 매진해 온 스님은 현재 다른 종교시설에 비해 더욱 왕성하게 활동을 해오고 있다.
스님은 “처음 자신에게 배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병원 관계자들도 내가 발 벗고 병원일에 동참하니, 그런 나를 더욱 인정해 주더라”라고 말한다.

스님이 이렇게 지혜를 발휘해 법당 일을 꾸려올 수 있었던 것은 20년 넘게 꾸준히 해온 봉사활동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법경 스님은 매년 500포대의 쌀을 사회소외계층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병원 측에서 지원금 한 푼 받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스님은 오로지 베풀고자 하는 원력만으로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미 이런 스님의 행보는 서울 광진구 일대에서는 유명하다.

법경 스님의 이런 자비가 넘치는 행보는 결국 병원 내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개신교 신자들이 거의 대부분인 상황에서 불자직원들은 드러내놓고 신행활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님의 이런 활발한 활동 덕에 불자직원들이 뭉쳐 ‘불자연화회’를 만들고,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성과의 일종으로 병원 측에서는 4~5월에 법당을 전보다 크게 조성해 줄 계획이라고 한다. 스님은 “앞으로 새로 만들어질 법당을 ‘산소방’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경 스님은 이렇게 많은 포교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불자들이 불교법당을 더 자주 애용해 주길 바라는 욕심은 버리지 않았다.

“불자님들이 병원에 불교법당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많이들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할 즉시 말씀해 주는 게 저는 가장 기쁘고 감사합니다. 어떤 일이든 주저 말고 불교법당을 애용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법당으로 출근해 4층부터 11층까지의 환우들을 밤낮 가리지 않고, 매일 같이 위문하는 법경 스님. 스님은 “승복입고, 머리 깎은 스님이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포교라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해, 가족과 함께 화목하게 지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결국은 내가 할 몫”이라고 말한다. 국민 776-01-0013-511(예금주: 능인정사)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2-09 오후 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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