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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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불 독자가 읽은 이 책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
파헤침에 맞서는 백두대간 속 옛이야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옛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 년에 한두 번 꺼내 입는 한복이나 추운 겨울을 실감나게 해주는 한옥 같은 우리 옛것들은 단지 지나간 과거일 뿐이고, 아련한 향수의 대상일 뿐일까.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로 옛것은 불편하고 빨리 버려야하는 대상으로 인식될 때도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복, 한식, 한옥 같은 옛것들은 우리 삶의 뿌리여서 현대를 사는 우리의 존재 가치를 더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해준다.

글로벌시대에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묻는 세계인들에게 우리 옛것들은 때로는 활기차게 때로는 수줍게 사람들 앞에 자태를 뽐낸다. 우리의 ‘옛이야기’도 전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설화는 민중의 기대를 반영한다. 우리 땅에서 싹을 틔워 뿌리 내리고, 우리의 삶과 함께 자라왔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설화다.

경인년 호랑이해에 백두대간을 타고 살아 숨 쉬고 있는 설화들이 환경운동가 김하돈 시인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김하돈 시인은 십 년이 넘도록 백두대간을 보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벌여 온 환경운동가다. 그가 여러 해 동안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수집한 설화들 중에 ‘백두대간을 꼭 빼닮은’ 설화 50편만을 추렸다.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설화들인데 백두대간을 따라가며 읽는 설화들이 시간을 거슬러 어제가 오늘인 것처럼 실감나게 한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지만 갈 수 없는 곳 북녘은 비워 둔 채, 군사분계선부터 지리산까지 산맥을 따라 내려가며 구수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백두대간의 숱한 설화 중에서 이 책에 실은 설화 50편은 이야기의 완성도나 재미를 떠나 백두대간과 얼마나 더 어울리는지를 먼저 생각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래서 설화의 무대를 찾아가 보고 싶어 할 이들을 위한 안내 글도 빼놓지 않았다. 설화를 소개하고 이어 사진을 곁들여 설화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는 해설이 따르고, 끄트머리에 설화의 무대를 중심으로 여행할 수 있는 ‘백두대간 여행하기’가 나온다.

그래서 설화를 통해 백두대간이 더욱 풍성해지고 살갑게 다가올 수 있도록 했다.

강원도 오세암 설화는 다양한 예술 장르로 소개되어 익숙하지만, 설화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이야기가 가감되는 특성이 있어 독자들이 알고 있는 설화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두대간의 끝 지리산 마고단의 마고할미 설화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보기 바란다.

“아득한 옛날 천신의 딸 마고선녀가 지리산으로 내려왔다. 마고선녀는 이 땅을 두루 관장하고 다스릴 신들을 낳기 위해 배필을 찾았는데 마침 반야봉에서 도를 닦던 반야를 만났다.…”

백두대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익과 이권에 따라 개발의 몸살을 앓고 있다. 지은이는 환경운동가로서 정부의 개발 정책에 맞서 비판하는 강연과 글쓰기에 많은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상처를 다스릴 방법으로 ‘케케묵은’ 우리의 옛이야기를 ‘지금 살아있는 이야기’로 살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백두대간은 사람은 물론이고 뭇 목숨붙이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리고 다음 세대들의 미래가 깃들여 있는 백두대간이 더 이상 파헤쳐지지 않고 마지막 원시서정의 생태 공간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지은이의 간절함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리라 믿는다.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김하돈 지음|호미|1만3000원

강지숙|서울 상계동에 산다.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남자아이를 키우며, 세상 일에도 관심이 많은 주부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2-08 오후 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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