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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만화주인공인 ‘로봇’이 스크린을 나와 인간의 생활에 점차 참여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수 김장훈이 공연에서 로봇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중에게 ‘로봇’이란 존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줬는가 하면, 2004년에 개봉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영화 ‘아이 로봇’은 로봇을 인간의 지배자로 표현하며, 과학기술발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로봇’은 사람들의 상상에서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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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로봇’이 예술과 만난 행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관장 이성순)은 ‘로봇’을 소재로 인간의 미래를 꿈꾸는 ‘아이로봇, i Robot’전을 개최했다.
백남준, 왕지원, 낸시랭, 백종기 등 1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로봇을 주제로 한 설치작품 60여 점과 로봇유물 33점 등 모두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구성은 로봇의 역사, 인간이 꿈꾸는 로봇, 로봇이 꿈꾸는 인간, 인간과 로봇의 결합 등을 주제로 로봇을 통해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소개한다. 또한 인간의 상상력이 현대사회의 심리상태와 얽혀 로봇이라는 어떻게 풀어냈는지도 살펴볼 수 있게 기획됐다.
특히 왕지원(30) 작가는 로봇이 종교마저 갖게 될 것이라는 발칙한 상상력을 ‘붓다-Z 13’이라는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세계유산목록에 등록된 인도네시아의 대표 불교유적인 ‘보로부두르’(Borobudur Temple Compounds)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Angkor Wat) 사원처럼, 작가는 플라스틱 모형의 인물상을 설치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플라스틱 인물상은 ‘미래의 인간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해 ‘결국 인간은 사이보그(cyborg,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체)의 존재가 될 것’임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왕지원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사이보그 기술을 통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현재의 인간이 아닌 유한한 육체를 초월한 그 무엇인가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결국 그 사이보그는 인간의 몸과 사고를 닮는데서 그치지 않고 종교마저 갖는 사이보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붓다-Z 13’은 이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석가모니 형상을 빌린 사이보그를 표현했다. 이런 사이보그 형상의 표현은 왕 작가만의 과거와 미래의 인간 실존에 대한 진지한 물음의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도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 등의 숨결을 감상하고, 미래의 한국 현대미술에 중추적 역할을 하기 될 젊은 작가들의 독특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명지대 백성현 교수는 이번 ‘아이로봇, i Robot’전에 대해 “상상력은 모든 예술과 과학의 원천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예술과 과학은 빠르게 교류하게 된다”며 “앞으로 로봇에게 예술은 엄마, 과학은 아빠 같은 존재로 인류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마미술관 책임 큐레이터인 박윤정씨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로봇들이 과연 기계적 인간인가, 아님 인간적 기계인가를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며 “작가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로봇들이 우리로 하여금 또 다른 상상을 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1세기 새로운 키워드로 앞으로 우리의 도반이 될지도 모르는 ‘로봇’. 우리 앞에 다가올 현실을 ‘아이로봇, i Robot’전을 통해 마음껏 상상해보자. 전시는 서울시 방이동 소마미술관 전관에서 3월 14일까지 열린다. (02)425-1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