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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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본사제 바뀌어야 불교 산다.
불교미래사회硏, ‘조계종 교구활성화 방안 연구’ 발표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1월 26일 템플스테이정보관에서 조계종 교구활성화 방안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행사장에는 조계종 관계자 등 다수가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계종 교구본사제는 일본강점기 31본산제에서 유래됐다. 해방 후 31본산제가 각 도 교무원 제도로 바뀌었고, 1962년 통합종단 발족 이후에는 도별 교구제를 대신해 본산제 개념의 현행 본사제가 이어져 왔다.

반면에 국가 행정구역은 인구밀집 정도 등에 따라 수시로 변경돼 왔다. 대구시의 경우 1948년 당시 81개 동이 현재는 8개 구ㆍ군 3읍ㆍ6면ㆍ134개 동으로 나뉘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교구본사제가 교구 자치 및 종단 대의제를 가로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화 등에 의한 사회변화를 따르지 못해 지역 곳곳에서 포교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이하 연구소)은 1월 26일 템플스테이 통합정보관에서 ‘조계종 교구활성화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불교인구수 증가세 인구증가분 못미쳐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조계종은 1994년 종단개혁 이후 교구자치제를 실시하는 등 제도개혁과 종무행정 변화를 추진해왔다”며 “종단 정책이 수행 포교 교육 문화 등으로 확산되는 지금, 교구본사의 역할 등에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의 미래가 교구본사 활성화에 달렸다는 주장이다.

연구소는 교구본사 활성화의 방안으로 △일정 규모의 말사를 보유한 본사의 경우 분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교구분구제’의 도입과 △교구와 행정구역의 일치 △인천ㆍ강화 지역 등 광역시ㆍ도급 이상 지역의 교구 신설 △선학원과 대각회의 특별교구 지정 등을 제안했다.

우선 연구소는 한국의 종교지형 현황에 주목했다.
2005년 통계청(통계청 종교인구 조사는 10년마다 시행됨) 발표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 4700여 만명 가운데 종교인구는 2500여 만명이다. 이중 불교인구는 1000만명(22.8%)으로 개신교 860만명(18.3%), 천주교 500만명(10.9%)이다. 연구소는 “불교인구수가 현재 많다고 해도 개신교ㆍ천주교인구수를 합친 것보다 적다. 특히 1985년부터 불교인구수 성장세가 둔화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95~2005년 불교인구 성장세는 약 3.9%로 인구 자연증가분 5.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불교인구수 및 사찰 분포 ''동고서저'' 현상 문제

연구소가 발표한 행정지역별 종교 성향은 더 충격적이다. 경상도지역의 불교인구는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불교의 동고서저 현상은 심각했다. 불교인구의 동고서저 현상은 사찰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전국 조계종 사찰 2759개 중 인천 광주 대전 등 주요 대도시의 사찰 비율은 약세였다. 동고서저의 현상은 교구본사별 말사수로도 증명됐다.

이와 별도로 교구본사 대다수의 공찰 비율이 30% 이상이지만 직할교구만 사설사암 비율이 85.4%에 이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법안 스님은 “직할교구가 비대화된 원인은 사찰등록을 자유롭게 해왔기 때문”이라며 “사찰등록을 허가제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밀집지역의 불교인구수를 비롯해 종교시설수(사찰수)도 이웃종교에 비해 약세였다. 이는 인구증가를 따르지 못하는 한국 불교포교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인천시에는 7만여 명당 1개 사찰(평균 대비 3.9배)이, 서울시에는 4만3000여 명당 1개 사찰(평균대비 2.4배)이 분포한다”면서 “대도시 등 인구 밀집지역에 대한 종단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생활수준 높은 지역일수록 불자수 희박

서울 지역 각 종교인구 비율 분석에 대한 결과도 나왔다.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유일하게 동대문구의 불교인구수가 개신교 인구를 1.7% 앞질렀다. 다른 지역구는 3~18% 차이로 개신교가 불교 인구수를 앞지르고 있었다. 생활수준이 높은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양천구 등에서 카톨릭이 불교를 앞서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개신교가 불교를 앞선 것은 신도시와 뉴타운 건설 등으로 인구 유입이 증가중인 경기 인천 의정부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같았다.
강화 전등사 박석암 기획실장은 “인천ㆍ강화에 교구본사가 없어 강화지역 13개 사찰이 사암연합회를 결성했지만 집합적 활동에 취약하고, 포교당이 들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주로 부의 성장과 도시화가 가속된 인구집중 지역에서 불교가 약세였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국회 등 의회 의원, 기업체 고위임직원 및 전문직 등 직군의 불교 약세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수도권 불교세가 이웃종교에 크게 뒤떨어진 것은 도시화에 대한 포교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교구의 장악력이 약화되고 도심포교의 공동화가 진행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연구소는 “도심포교의 공동화는 현행 교구본사제가 조계사 범어사 동화사 법주사 등을 제외하고 교구 관할범위와 행정체계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


#종무행정 효율성 제고 우선돼야

교구본사제가 교구본말사의 기능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교구종회 등을 파행운영 하는 등 종무행정의 비효율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연구소 박금호 팀장은 “교구별로 사찰운영위원회, 교구종회, 종무회의 등이 있지만 대부분 7직 중심으로 종무행정이 처리되고 있어 교구별 자치행정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본말사별 소통을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종무자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팀장은 “교구본사의 지역공동체 장악력은 불교세 확장으로 이어진다”며 “체계적인 신도교육과 신도조직을 활성화 하고 지역내 행정기관ㆍ시민사회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장악력을 넓히는 한 방법”이라 소개했다.

연구소는 “교구본사제의 개선이 종단 정치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법안 스님은 “교구본사제 개선은 교구종회의원 선거법이 미비해 이중 투표 가능성이 존재하는 등 기형적으로 운영되는 교구종회를 정상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종회 의석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기회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님은 “그동안 선거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재적승 비례에 따른 총무원장 선거인 수 조정을 위해서라도 종단 대의제의 올바른 구현을 위해서는 교구본사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교구본사와 국가행정구역 일원화 필요

교구본사제 개선을 위한 선결과제도 제안됐다.
연구소는 “교구제 강화를 위해서는 교구종회 활성화를 통해 교구 주요의제의 논의 구조를 확립하고 교구와 행정구역을 일치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소는 “도심포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심포교 활성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신도시 중심의 도심거점 사찰 육성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종단차원의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제안한 교구본사제 개선은 교구본사 주지스님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한 지역을 관장하는 교구는 그 역할도 시대변화에 흐름을 같이 해야한다”면서 “한국 불교의 강ㆍ약점을 분석하고 개별 교구 특성을 고려해 대안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도 “교구 대중의 공의 속에 불사를 추진하면 본ㆍ말사 관계는 물론 불사 추진이 원만한 것을 직접 경험했다”며 연구소가 제시한 본말사간 네트워크 강화 제안에 동의했다.

한편, 연구소의 교구본사제 개선을 골자로 한 교구 활성화 방안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은 신중하게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총무원 사찰교무팀 박종학 팀장은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추후에 논의를 거쳐 정책적으로 수용할 부분은 공론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조동섭 박선주 기자 | cetana@gmail.com
2010-02-02 오전 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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