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조계사 압력 행사가 불교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대한불교청년회,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인권위원회,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참여불교재가연대,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사)보리 등 9개 단체는 29일 성명을 통해 국정원 압력행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국정원장의 공개참회를 강력 촉구했다.
불교계 단체는 “조계사 행사가 국정원 개입으로 취소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이래 사정기관을 동원해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려는 어긋난 국정 철학이 빚어낸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교계 단체는 “최근 사찰 경내지에서 만취한 경찰이 스님을 폭행한 사건이나 이번 조계사 사건을 보면 정부기관의 해이 상태가 우려할 지경에 처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사건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국정원장의 발로 참회를 촉구하는 바이다”고 말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불교종교기관에 대한 국정원의 정치적 압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정원장의 공개 참회를 촉구한다.
우리는 오는 31일부터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에서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하 진알시)’의 주최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사랑의 라면 탑 쌓기’ 행사가 국정원의 개입으로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과 깊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이 조계사를 방문하여 총무원장 스님의 평양방문 등을 거론하며 진알시 주최 행사가 너무 정치적이고, 단체의 성격이 진보적이라는 등 애초 행사 장소를 제공하기로 한 조계사에 사실상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이번 국정원의 민간 사찰 및 정치적 압력 행사를 보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고, ‘국가안보와 국익증진을 위하고, 국민을 섬기는 정보기관’의 위상을 가진 국정원이 민간인과 단체, 심지어 종교기관까지 사찰하고 감시했던 안기부 시절로 회귀하고 있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는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사찰이며, 총무원장스님이 계시는 총무원과 주요 행정기관이 위치해있는 명실상부한 한국불교의 심장과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일개 국정원 직원이 버젓이 찾아와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래 사정기관을 동원해서 지속적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민의 생각과 행동마저 통제하려는 어긋난 국정 철학이 빚어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사찰 경내지에서 만취한 경찰이 스님을 폭행한 사건이나 이번 조계사 사건을 보더라도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의 공공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할 사정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이미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우리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종교기관을 비롯한 민간단체에 대한 사정기관의 사찰과 정치적 압력 행위의 근절을 촉구하며, 네티즌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기부행사 마저 정치적 의도로 규정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는 바이다. 또한 국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국정원장의 발로 참회를 촉구하는 바이다.
불기 2554(2010)년 1월 29일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대한불교청년회,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인권위원회,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참여불교재가연대,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사)보리, (이상 9개 단체,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