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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반환 막는 문화재청은 잘못”
문화재제자리찾기, 문화재청 비판

“일본강점기에 반출돼 미국 보스톤미술관이 소장한 3불(정광불ㆍ가섭불ㆍ석가모니불) 2조사(지공ㆍ나옹 스님)의 사리가 문화재청의 반대로 반환이 불가한 상황이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10만 여점. 해외반출 문화재의 환수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지금, 문화재환수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이를 막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사무총장 혜문)은 1월 25일 조계종전법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화재청의 반대로 보스톤미술관이 소장한 3불2조사의 사리가 반환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009년 여름, 미국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미술관이 소장한 라마탑형사리구에 3불2조사 사리가 봉안돼 있음을 확인하고 이의 반환을 추진해왔다.

혜문 스님 등이 보스턴미술관 측에 사리의 종교적 의미 등을 지속적으로 전달한 결과, 보스턴박물관은 사리만이라도 한국 반환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었다.

3불2조사 사리의 반환이 무산 위기에 처한 것은 지난해 10월. 혜문 스님과 보스톤미술관 관계자, 이건무 문화재청장이 사리 반환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장은 “사리만의 반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보스톤미술관은 “사리의 반환도 없던 것으로 하겠다”며 태도를 바꿨고, 혜문 스님의 계속된 요청이 있자 “한국 정부의 동의가 있을 시에는 사리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청이 ‘사리와 사리구가 분리될 수 없다’며 사리의 반환을 막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해외반출문화재의 귀환에 있어 ‘기증’과 달리 ‘반환’에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사리와 사리구를 하나로 보며 사리구를 제외하고 사리만을 반환받을 경우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사리만의 반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주장은 그간 전례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물 제366호 경주 감은사 출토 사리장엄구는 사리와 분리돼 사리만 1996년 감은사탑에 봉안돼 있다. 보물 제928호 봉인사 사리탑도 같은 경우이다. 정부는 1987년 일본 오사카시립미술관에서 기증 받은 사리장엄구와 사리를 분리해 사리는 봉인사로 돌려보냈다.

일괄문화재 중 부분만을 돌려 받을 수 없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1996년 일본 야마구치 현립대학이 소장한 ‘데라우치 문고’의 일부만을 반환을 지지ㆍ승인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재청 산하 공주박물관은 일본강점기 백제 송산리 고분을 도굴했던 가루베의 유족들로부터 2006년 기와 6점을 기증받으며, “돌려준다고 하는데 안받을 수도 없지 않느냐”고 정당화한 전례가 있다.

당시 문화재계에서는 “가루베의 도굴행각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으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다른 ‘약탈 문화재’가 반환될 길을 영영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었다.

문화재청장이 “이번에 사리만을 반환 받을 경우, 다른 문화재 중 사리구 반환을 논의하는 경우 사리 반환 이상의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혜문 스님은 “사리와 사리구가 함께 박물관에 있는 경우는 대단히 드문 예”라며 “현재까지 해외소재 우리 문화재 중 보스턴미술관을 제외하고 ‘사리와 사리구’가 함께 봉안된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문화재 반환은 각각의 건마다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며 “뒷날의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3불2조사의 사리와 라마탑형사리구는 일본인 고물상이 경기 회암사(혹은 화장사)에서 도굴해 1939년 보스턴미술관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불2조사 사리는 종교적인 의미와 함께 연등불-가섭불-석가모니불로부터 지공과 나옹 스님에 이어지는 법통 등을 증명하는 유물로 평가된다.

사리와 사리구의 일괄반환을 강조하는 문화재청의 냉정한 원칙에 3불2조사 사리 반환을 염원하는 불자들의 뜨거운 염원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조동섭 기자 | cetana@gmail.com
2010-01-25 오후 7: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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