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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다. 새벽은 차가웠고 도량은 어둠 속에 있었다. 어둠을 깨우는 것이 햇살만은 아니었다. 도량석 목탁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어둠을 지나온 푸른 눈빛들이 그 어둠을 깨웠다. 북소리, 종소리, 운판소리, 목어소리가 시방삼세에 깃들어 법을 전했고, 새벽을 기다렸던 제자들은 부처님 전에 모여 앉았다. 모여 앉은 눈빛이 아득한 시절의 영혼을 불러오고 차갑던 불상의 눈은 따뜻해졌다. “지심귀명례” 누구의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지극한 목소리가 서로의 귓가를 울리고, 이내 탑처럼 쌓인 예불소리가 법당을 가득 채웠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에서, 저자는 “운문사가 보존하고 하고 있는 최고의 문화유산은 새벽예불이다”며, 법당을 가득 채웠던 예불소리와 독경소리는 장중한 ‘음악’이었다고 그 때의 감흥을 적고 있다. 아직도 도량은 어둠 속에 있고 새벽은 차가웠지만 법당 문살너머에서 들려오는 그 음악 소리는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