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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랍 20일, 여수 향일암에 불이 났다. 새벽에 도량을 덮친 불은 황금단청불사를 마친지 석 달밖에 안 된 대웅전을 남김없이 태워버렸다. 매일 아침 햇살에 빛나던 황금빛 대웅전은 그 날 아침 태양을 보지 못하고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1년 전 일출을 보기위해 향일암에 갔을 때 대웅전은 황금단청불사 중이었다. 그 때 장막에 싸인 대웅전을 바라보며 마당으로 밀려든 아침 태양에 마음껏 빛나는 대웅전을 상상했었다. 낙성 후에 다시 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질 못했고, 어느 날 육지의 끝에서 날아든 슬픈 소식이 1년 전 장막 속에 서있던 금빛 대웅전마저 기억 속에서 빼앗아 갔다.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픈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