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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에서 서옹 스님 영결식을 취재하고 다음 날 순천 천자암을 찾았다. 차를 놓고 가파른 길을 조금 걸어야 했다. 전 날 내린 눈 때문에 길은 좋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설경이 이유 없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염화실에 활안 스님이 계셨다. 쌍향수(雙香樹)를 찍으러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스님은 대뜸 “쌍향수를 어떻게 가지고 갈 거냐?”고 물으셨다. 그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궁리를 해봤지만 여법한 거량을 할 수가 없었다. 스님이 소리 없이 웃으시더니 쌍향수는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으니 잘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
염화실을 나와 스님이 얼마든지 가져가라 하신 쌍향수를 바라보았다. 다음에 와서 가져가기로 하고 사진만 찍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