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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위로 엷은 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수를 위해 해체된 의상대가 태양을 예감하고 실루엣을 드러내자 숲에선 여명에 눈을 뜬 새들이 앞서 간 울음을 물고 날아올랐다. 태양이 다가오고 있었다.
‘의상’의 이름에서 비롯된 시간과 ‘의상’의 마음에서 비롯된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곳 홍련암. 그 시간과 그 추억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그 날도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멀리 해수관음상의 얼굴에 햇살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낮게 드리운 구름 위로 태양이 솟아올랐고 태양을 기다리던 이들은 천 년 전 의상 스님 앞에 떠올랐던 홍련을 보기라도 한 듯 각자의 서원을 기억해 내고 있었다. 파도 위에서 홍련암이 반짝거렸다. 누군가는 붉은 연꽃을 보았을 것 같은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