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자 큰 원력을 세우신 석가모니 부처님은 그 삶의 여로가 곧 수행이요, 진리였다. 부처님 생애와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은 불교를 바르게 알고 이해하는 핵심적인 요건이며 삼보에 귀의하는 첫 번째 관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부처님의 삶에 관한 책들은 꾸준히 발행돼 왔다. <불소행찬(佛所行讚)><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등의 한문 경전을 번역한 책이나 외국학자들이 쓴 저작물을 번역한 책이 주를 이루다가, 최근 들어 우리나라 학자와 스님들이 쓴 부처님 일대기가 다수 출판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개인 저작물이라는 점에서 보편적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저자의 역사적, 신화적 관점에 따라 부처님 일대기가 전혀 다르게 묘사돼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조계종은 종단 차원에서 부처님 생애를 조명키로 하고, 불타론(佛陀論) 관련 전공학자 7인을 편찬위원으로 위촉,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조계종출판사 刊)를 편찬했다. 한국불교사에서 통일된 ‘부처님 생애’가 편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위원장 정인)는 1월 14일 “2년 여 동안 10여 차례의 편찬회의와 두 차례의 워크숍 등 공동작업을 통해 <부처님의 생애>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정인 스님(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을 비롯해 해주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조준호 고려대 철학과 연구교수, 유근자 동국대 예술대학 강사, 성재헌 동국대 역경원 역경위원 등 편찬위원들은 <부처님의 생애>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의 탄생과 성장, 구도와 깨달음, 전법과 교화, 그리고 입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전기적으로 서술했다.
| ||||
편찬위원들은 지나치게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은 가급적 피하고, 부처님의 삶을 감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한 문체로 본문을 기술했으며, 소설가 정찬주씨의 윤문 과정도 거쳤다. 편찬위원들은 또 한문불전은 물론 빨리본과 산스크리트본 등 다양한 원전을 참조했으며, 본문 곳곳에 부처님의 생애를 비쥬얼하게 표현한 간다라 ‘불전도(佛傳圖)’를 수록해 내용의 이해를 돕고 사실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이 책은 전문 학자나 불교학도들에게도 유익하도록 풍부하고 다양한 부록을 수록했다. 부처님 가계도(家系圖), 부처님 일생 연표와 함께 부처님 재세시 설법 장소, 부처님 재세시 강가강 유역, 부처님 안거 장소 등의 지도와 정보를 상세하게 게재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부처님의 수행 교화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불기(佛紀) 산정 기준, 인도불교사 연표, 인명 지명 대조표(빨리본, 산스크리트본, 한문본)를 수록하는 한편 53장의 ‘불전도’에 대한 자세한 해설까지 곁들였다.
교육원 불학연구소 사무국장 보문 스님은 “검증된 학술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 는 불교가 생소한 일반 독자에게는 부처님을 소개하는 교양서이면서 전공자들에게는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님의 생애>는 조계종 표준 <금강경>과 마찬가지로 종단 산하 불교교양대학과 승가대학 교재로 사용될 예정이다. 표준 <금강경>이 10만 부 이상 판대된 만큼, <부처님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많이 보급될 전망이다.
신국판 올컬러 양장본으로 47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담다 보니 책값(2만4,000원)이 비싸 포교용으로 부적합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조계종출판사는 책의 반응을 보면서 새로 저렴한 대중 포교용도 발행할 계획이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