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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은 다른 회화작품과는 달리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그래서 예부터 목판에는 당시 유행하던 그림을 새겨 대중들에게 나눠주는 풍습이 유행했다. 이런 목판의 복제기능을 가장 잘 살려 사용했던 그림이 바로 용호도(龍虎圖)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용호도는 문에 붙여 잡귀를 물리치고 복을 들이는 문배도(門排圖)로 성행해 왔다.
하지만 이런 용호도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성행했던 사실이 아니었음을 말해주는 목판이 발견돼 주목되고 있다. 원주 고판화박물관(관장 선학)은 한국의 용호도가 중국에서 전래됐음을 입증해 주는 희귀목판을 공개했다.
용호도는 우리나라 일부 민화학자들에 의해 민족 고유의 자생적인 풍습에서 나온 그림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고판화박물관에서 공개한 이 목판은 현 상황을 반증해 주는 사례이다. 용호도 중 하나인 호작도(虎鵲圖, 까치와 호랑이 그림)의 경우를 보면 중국에서는 보희도(報喜圖, 까치와 표범 그림)가 성행했는데, 이 그림이 우리나라에서 호작도로 발전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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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희도의 경우 우리나라의 호작도와 달리 소나무 대신 오동나무가 그려져 있고, 표범이 원숭이, 까치와 함께 등장한다. 고판화박물관에서 공개한 중국 호작도는 이런 보희도에서 호작도로 넘어가는 중간단계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명나라때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호작도는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날 한국과 중국이 긴밀한 교류가 있었음을 추정해 주는 자료가 된다.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정병모 교수는 “이 판목은 호랑이의 무늬를 도식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했는데, 이러한 특징은 중국 산동성 량자부에서 간행한 민화의 양식”이라며 “그러한 점으로 봤을때, 이 판목은 산동성 지역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세화 문배도인 용호도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경인년 새해맞이 한중 세화전’은 3월 30일까지 고판화박물관에서 열린다. (033)761-7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