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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매일같이 한번 이상은 듣고, 말하는 ‘안녕하세요’라는 말. 무의식적으로 내뱉고, 듣는 이 한 마디가 왠지 병원이란 장소에서 만큼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생사가 교차하는 이곳에서 이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이상하게도 동국대 일산병원(병원장 이진호)에서 만큼은 전혀 어색함이 없다. 시쳇말로 ‘촉’이 남다르다.
“분위기 되게 좋죠?”
동국대 일산병원 법당에 지도법사로 있는 중제 스님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어둡고 칙칙한 줄만 알았던 병원이 이렇게 밝은 곳인 줄은 몰랐지?”라며 놀리듯 말이다.
“환자들이 몸이 아파서 인사 조차도 귀찮아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환자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눈 맞추며 인사하는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죠. 요즘은 목요일 아침마다 이진호 병원장님이랑 병문안을 다녀요. 정말 병원장님 덕분에 분위기가 한껏 더 ‘업(Up)’ 됐습니다.”
목요일 아침 라운딩(병원에서는 회진을 이렇게도 표현한다)에서 만난 이진호 병원장은 “매일은 아니지만, 아침에 환자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환자들의 쾌유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제 스님과 이진호 병원장은 매주 목요일 오전 8시면 어김 없이 입원한 스님을 중심으로 병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지금처럼 동국대 일산병원이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중제 스님은 “병원 구성원들이 병원법당 지도법사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다”며 “법당과 병원의 유기적이지 못한 관계에 과중한 업무까지 겹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불교병원에서 법당은 단순한 신행공간만은 아니다. 신행활동을 넘어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는 장이다. 이웃종교에 비해 병원포교가 걸음마 단계인 불교계로는 병원 법당, 그중에서도 대표격인 동국대 불교병원 법당 운영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산병원 법당은 제도적ㆍ인적으로 아직 열악한 상황이다. 일산병원 법당의 활성화는 악조건을 수행 삼아 하루 종일 병원을 누비는 중제 스님이 있어 가능했다.
“불교병원 법당으로서 직원과 환우들에게 불교적 소양을 함양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했죠. 하지만 중요한 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나 직원들 같은 경우, 직장인 마인드가 강해 더욱 어려움을 겪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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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제 스님은 우선 직원들에게 불교적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직원신행활동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직원정기법회(매월 넷째 목요일 오후6시)를 비롯해 의사 등 직능별로 실시되는 직원예불(매주 월요일 오후12시 30분)을 진행했다. 또 신규직원 입사 시 기본적인 신행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원불교대학을 만들어 기수당 50명씩 3개월 단위로 운영해왔다. 그러다보니 직원신행단체인 연우회가 저절로 생겨났고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매일같이 환우들과 사시불공(매일 오전 0시 30분)을 올리고, 병동환우 병문안, 도서 봉사, 임종 기도, 신행상담, 간병인 법회(매월 둘째 수요일 오후7시 30분), 행복명상법회(목요일 오후2시), 약사재 법회(매월 음력8일 오전10시 30분) 등 셀 수 없이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병원법당이란 곳이 어려운 까닭에, 더군다나 신설 법당인 이유 등으로 동국대 일산병원 건립당시 많은 스님들이 병원법당 지도법사 자리를 부담스러워 했다. 하지만 중제 스님은 지도 법사자리를 흔쾌히 맡아 여법하게 수행하고 있다.
동국대 법당은 매년 불우환우들을 위해 매년 1500~20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해 왔다. 중제 스님의 “신도들이 주는 작은 보시의 돈도 헛되이 쓸 수 없다”는 지론은 법당 보시함에 모인 돈을 환우들에게 돌려줬다.
스님은 새해에는 <병원법요집> 제작, 승가 의료봉사 및 소외계층 의료봉사, 불우환우 의료비 모금 바자회, 직원친화 친목을 위한 일일찻집, 호스피스 봉사자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중제 스님은 국제구호단체인 더프라미스와 함께 해외봉사활동을 계획 중이다.
스님은 “어려운 나라의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느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국제 봉사활동도 직원들과 함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도 병원법당 지도 법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심지어 스님들도 병원 의 지도법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병원법당 지도법사에 대한 인식만 높아져도 일하는데 훨씬 편할 것 같습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항상 자비로운 마음으로 ‘지혜’를 일으켜 약사여래의 대원을 실천해 보이겠습니다.” (031)961-9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