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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은해사(주지 돈관)와 양산 통도사(주지 정우)가 평생을 종군위안부 피해의 고통 속에 살다간 할머니와 머나먼 이국에서 생을 마감한 이주노동자 등 고난의 삶을 살다간 이웃의 안식을 위한 특별한 행사를 봉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천 은해사(주지 돈관)는 “1월 2일 작고한 김순악 할머니를 경내 수림장에 안치하고 지장전에서 반혼재를 봉행했다”고 4일 밝혔다.
80평생을 일본군 ‘위안부’의 멍에를 짊어지다 영면에 든 김순악 할머니는 영천 은해사 수림장에 안치됐다. 김 할머니의 49재도 영천 은해사서 봉행된다.
김 할머니는 취업을 시켜준다는 일본군에게 속아 만주에서 일본군 성노예 생활을 했다. 20여 년간 시민단체 등과 일본정부에 책임을 묻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대장암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으나 만 82세로 1월 2일 새벽 심장마비로 운명했다.
돈관 스님은 “일본군에 의해 평생을 고통받아온 할머니가 일본정부를 대상으로 한 오랜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 끝을 보지 못한 채 운명하고 말았다”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발원하고자 은해사 수림장에 무료로 안치하고 49재 또한 은해사에서 봉행토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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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의 작고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는 88명만 남게 됐다.
양산 통도사(주지 정우)는 구랍 27일 서산의 여관 화재로 사망한 네팔 외국인 노동자 바하드 샴 구릉(남, 35)씨의 다비장을 1월 2일 봉행했다.
바하드 샴 구릉씨는 네팔에 딸을 둔 가장으로 2002년에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1월 초 네팔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월세로 거주하던 여관방이 불타면서 바하든 샴 구릉씨의 ‘코리안드림’도 한줌의 재가 됐다.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과 바하드 샴 구릉씨 유가족과의 인연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우 스님은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 타라 구릉(바하드 샴 구릉 씨의 누나)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영가를 모셨다. 동생 바하드 샴 구릉씨까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스님은 주저없이 통도사 다비장 사용을 제안했다.
정우 스님은 “한국의 대표사찰이며 불가의 종가인 만큼 산중이 좋은 시설과 아름다운 가풍을 모든 국민과 함께 공용하고 나눠야 한다”며 “향후에도 자비의 마음으로 다비장을 사회와 함께 나눌 예정이다”고 밝혔다.
통도사 다비장은 그동안 스님들의 다비를 위해 사용돼 왔다. 일반인에게 사용을 허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게 국내 사찰의 다비장이 개방된 경우는 이번이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