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초전법륜을 시작한 이래 45년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법을 설하셨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것은 불제자의 의무이자 숙제로 포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포교 성과는 늘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어온 가운데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포교대상인 가족 포교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구랍 21일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연구실장 정호)이 개최한 ‘2009 수도권 사찰 포교역량조사 세미나’에서는 불교입문의 계기는 가족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반면, 내 가족 포교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해 가족 포교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사찰신도의 신행의식과 포교연관성’을 주제 발표한 박경희 교수(수원과학대학 전자과)는 “불교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가족의 영향이 48%로 가장 높지만 불자의 가족 종교 현황에서 종교를 믿지 않고 있는 비율은 부모님 18%, 배우자 33%, 자녀 41%로 가족의 종교 영향이 줄어들었다”며 “각 사찰에서 가족 프로그램을 위한 시설이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포교 사업을 거창하게 구상하기 보다는 내 가족에 대한 포교, 이웃에 대한 포교실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찰에서는 포교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신도 스스로 포교 원력을 세울 수 있도록 신도 교육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의 조사 내용 중 ‘주변 사람에게 불교를 믿도록 권해본 경험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90% 정도가 해봤다고 답했지만 실질적으로 불교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서 주변의 권유에 의한 입문은 7% 내외로 나타났다.
박경희 교수는 “사찰 신도들이 포교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고 시도는 해봤으나 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라며 “포교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포교를 굳건한 원력으로 받아들이지 못함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응철 교수(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의 ‘2009 수도권 포교역량 조사 및 종책방향 연구’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에서 남전 스님(포교원 포교국장)은 “법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어린이와 청소년 등 온 가족이 참여하는 법회가 필요하다. 소규모 사찰을 위한 가족 법회 등에 대한 종책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도심지역의 사찰에서 실현 가능한 가정법회, 가족들 전체 상담 등 여러 측면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사찰 중에서 어린이ㆍ청소년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은 20% 수준으로 일부 대형 사찰을 제외하고 법회 참석 인원이 10~20명 수준에 불과하고 시험 때가 되면 참석인원은 5명 내외인 것이 일반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사찰 신도의 연령이 대부분 4~50대가 70%로 많은 반면 20대는 불교에 대한 관심도와 수용이 매우 저조했다. 종교적 성향이나 선택에 있어 가족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가정법회가 계층 포교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행활동 역시 가족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경희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찰에 소속된 불자들은 ‘마음의 안정’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신행 생활을 한다는 답변이 63%를 차지했다. 그 밖에 ‘불법의 실천’이 12.5%, 불교의 궁극적 목표인 깨달음의 체험이 10%를 차지했다.
김영일 포교원 차장은 토론에서 “건강한 신체와 편안한 마음, 화목한 가정은 불교 또는 종단, 스님, 불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를 과제로 던져 준 조사결과”라며 “아주 사소해 보이는 듯 한 불자의 고민과 관심을 지극히 당위적인 논리나 고담준론의 교리적 권위로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편 수행에 따른 포교 역량 또한 다르게 나와 눈길을 끈다. 불자들의 신행활동은 수능, 백중기도와 염불, 독경, 주력이 각 19.6%에 이어 예불 16.3%, 절 수행 14.2%인 반면 참선 명상은 7.2%로 낮게 나타났다. ‘염불, 독경, 주력’을 주로 하는 집단은 포교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컸다.
그 외 법회모임을 위주로 하는 집단이 포교 활동에 적극적인 반면 참선ㆍ절 수행을 위주로 하는 그룹은 포교를 전혀 안했다는 대답을 가장 많이 했다.
그 밖에도 불교대학 이전 까지는 유의미한 포교강도의 증가가 이뤄졌으나 경전반, 불교대학원 등 교육이 심화 될수록 교리적 지적 호기심에 매몰돼 포교 활동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발표돼 불교 교육의 문제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경희 교수는 “근본적으로 종단의 신도 교육이 기본교육과정과 전문 과정에서 지나치게 교법에만 치중돼 있으며 각종 자격제도는 교육이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문자반야와 교리에 집착하고 실천이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교육제도를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불교입문 기간이 10년씩 증가 할수록 포교의 강도가 약 8% 가량이 증가했으며 스스로 느끼는 생활 수준에 여유를 가진 집단이 포교의 강도가 높았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87%가 ‘불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고 답했지만 ‘불법에 따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0%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응답해 불법을 삶에 적용 하는데 어려워 한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김영일 차장은 토론에서 “긍지는 높지만 불교와 일상생활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마치 국민들이 뽑는 가장 친근하고 호감 있는 종교로 뽑히면서도 실제 불자 증가나 사회적 영향력과 일치하지 않는 불교의 현실이 겹쳐지기도 한다”며 “종단의 주요 스님이나 불자들이 ‘포교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종단의 모든 구조나 조직 체계는 포교를 중심으로 구성 돼 있는가? 주지 인사, 사찰의 재산관리, 논의와 결정 체계 등 모든 것이 ‘수행과 전법’을 위해 기능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김응철 교수는 제1주제 발표에서 “교육ㆍ포교는 포교의 중심이라고 할 만큼 중요함에도 수도권 사찰에서 신도 교육을 실시하는 사찰 수는 50%를 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며 “신도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킬 경우 신심이 장양되고 건전한 불자로 성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신도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역량부족”이라며 “신도들의 포교성과가 불교교육으로 수렴되고, 교육을 받은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포교활동에 동참하도록 촉진시키는 신도교육 방법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포교활성화를 위한 종단의 종책 방향에 대해 △직장인과 가족을 위한 주말 정기 법회 실시 △포교방법론을 비롯한 응용불교를 중심으로 하는 신도교육 △포교성과로 연계될수 있는 수익사업의 개발을 통한 재정 확대 △체계적인 신도조직 △가족음악회ㆍ나눔의 행사ㆍ지역축제 등 문화ㆍ수행포교 △주지스님의 포교 마인드 및 역량강화 전략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