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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30여 년 동안 경영 마스터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불교계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최고의 유통전문회사로 종단, 중앙신도회, 스님, 사찰, 재가신도의 공동체로 성장시켜 부처님께 공양 올리겠습니다. 이제 회향할 때가 됐습니다.”
불교계 제1호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주)‘연우와 함께’ 이재희 대표이사.
지난해 12월 출범한 ‘연우와 함께’를 진두지휘 할 이재희 이사장은 하얏트리젠시, TNT Express, 유니레버코리아, 인천국제공항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인증 받은 30년 경력의 경영 마스터다. 우리나라 대표 불자 글로벌 전문경영인으로 절정의 기량을 갖춘 그가 부처님 성전에 제대로 된 ‘사회적 기업’을 공양할 것을 발원하고 나섰다.
“저는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살아온 사람입니다. 제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세계적 기업에서 활발히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 분이 부처님이셨습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할 시절인연이 도래했습니다. 전 또 부처님께 그 길을 물을 것이고 제 발원을 반드시 회향할 것이라 약속했습니다.”
그의 첫 회향지는 불교계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전문회사 연우와함께다. 하지만 그에게 연우와함께는 단순한 경영을 통한 이익과 회향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불자들은 물리적 불사를 위한 결집력은 뛰어나지만 밝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꿈꾸고 실현시켜가고자 하는 의지는 부족합니다. 유기농 식품을 잘 팔고 못 팔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기업이기 전에 종단, 중앙신도회, 스님, 사찰, 재가신도를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는 구심점, 한국 불교의 에너지 집결체로 성장 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부처님의 사상과 일치되는 면이 많았다. 또 그가 CEO를 지내면서도 놓지 않았던 환경, 지속경영, 여성, 다양성의 화두를 타파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은 불교의 공생사상과 같은 이치입니다. 소모적인 자비행이 아니며, 적나라한 집착을 바탕으로 한 이익단체도 아닙니다. 공존, 공생, 공업, 자비, 보시, 회향의 정신, 참여와 활동을 통한 이익을 회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은 기본적으로 불교 사상과밀접한 기업형태입니다.”
독실한 불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절을 다녔던 그는 전문 CEO로 활동하면서 더욱 불교에 귀의했다. ‘1000배를 10만 번은 족히 했을 것’ 이라는 이재희 이사장은 어려운 일에 숱한 좌절과 선택의 때마다 부처님께 길을 물었다. 하지만 경영인으로 살아오던 그에게 무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불교사상을 토대로 한 기업 활동이 쉽게 연계되지 않았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심무가애 무가애고(心無?碍 無?碍故)’ 등의 공사상은 경영을 하던 그에게 20여 년간 ‘화두’였다. <반야심경>의 ‘공’ ‘비운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 것은 경영자로서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 때였다. ‘걸림 없음’을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말한다면 ‘투명성’ ‘정직성’을 바탕으로 한 경영철학이 지금의 그를 만들게 했다.
“진정한 자비, 보시, 무소유,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경영이 보입니다. ‘걸림이 없으면 고통이 없고 고통이 없으면 두려움이 없다’는 말이 바로 제 경영 철학입니다. 진정한 대승적인 삶, 그것은 비우면서도 동시에 공해지지 않고, 채우면서도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잘한 욕심에 얽매이지 않으며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른다면 별다른 전략 없이도 성과는 훨씬 좋게 나오거든요.”
하지만 전문 경영 전문가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불교계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영의 기본인 자본, 전문가(인력), 시장이 없으니 제품력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 조직력은 떨어져 산발적이고 산만한 운영체계 등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 정도였다.
“자본은 없지요. 인력양성은 말로만 외칠 뿐 실질적으로 양성하거나 선발해 오지도 않습니다. 재가자, 스님들도 종무를 담당할 사람들은 세계 일류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해야합니다. 불교계에서 주 상품인 단주, 초, 향 등이 대부분 수입되고 있는데 수입업체 80~90%는 다른 종교인이 운영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상품의 질과 포장은 물론이고 한국불교를 대표할 만한 불교 상품도 하나 없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이재희 이사장은 악조건 속에서도 특유의 승부근성과 깊은 불심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구축시키는 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친환경, 친자연, 유기농 장류, 곡류, 반찬류, 면류, 과자류, 향, 초, 단주, 자기류, 의류 등의 기초상품을 토대로 승가복지, 인재양성을 위한 학교, 공예, 보험, 여행 상품 등을 목표로 삶의 전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먹거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영역 전반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뤄낼 것입니다. 2000만 불자 중 10만 불자만 동참하고 100억의 이익을 내면 바로 착한 나눔을 실천할 것입니다. 승가복지사업을 위한 회향은 곧 훌륭한 인재 확충의 효과를 부를 것입니다. 또 불자 영세업자를 위한 생산자지원팀을 만들어 회계, 마케팅, 포장, 유통, 레이아웃 등을 지원하는 희망나눔 프로젝트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우와함께는 그 밖에도 동국대와 MOU를 체결하고 생산자 실명제, 불교인증 마크 등을 실시한다. 내년 봄까지 전국 거점 사찰 10여 곳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가게를 열어 불자들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판로를 개척한다. 또 불심마케팅으로 불자들을 포섭, 무종교인이나 이웃종교인 등 종교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의 착한소비, 착한나눔 실천 가능토록 제품의 질에 승부수를 건다. 그는 최근 불교계에 인재가 없음을 절감했다. 연우와함께 채용 공고가 나자 300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많은 이들이 모였다. 그러나 여기서도 불자를 찾는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재희 이사장은 “젊은이들을 포섭하지 못하는 불교는 죽은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불교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현대화가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전국 사찰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을 하나로 모으는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희 이사장은 “불교계에 산재해 있는 생산자를 모으는 일이 가장 어렵게 다가오고 있다. 그 밖에도 가게 운영을 위한 참여자, 투자자 등의 자발적인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연우와함께는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난, 퇴출 위기에 처한 기업을 업계의 선두주자로 올려온 그의 주특기 발휘로 ‘위대한 승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